흰 기린이 어디 사는지는 비밀로 해요

  • 임병선 기자
  • 2020.11.04 17:03
기린 이미지 (사진 Jasmine Nears - flickr)/뉴스펭귄

흰 고래, 흰 사자 등 쉽게 볼 수 없는 외모를 지닌 동물에 관한 정보가 공유되며 잡음이 일고 있다.  

동물에 대한 정보 공개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희귀종 혹은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지역에 대한 공개는 대중적 관심과 학술적 연구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밀렵꾼에게는 좋은 먹잇감을 찾을 단서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 각국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에게 가해진 범죄를 발표할 때 정확한 사건 장소를 발표하지 않는다. 밀렵꾼이 몰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밀렵 우려가 높은 큰 뿔을 가진 코뿔소 등은 당국이 정보를 제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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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제 아프리카 초원 어딘가에 살던 흰 기린이 전 세계적 유명세를 탄 뒤 밀렵꾼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흰 기린은 피부나 털 등이 색소를 잃는 현상 '루시즘'을 가진 개체다. 또 다른 백화 현상인 '알비노(백색증)'를 가진 동물과 다르게 루시즘 기린은 번식도 가능해 어미 흰 기린은 자신을 닮은 흰 새끼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2017년 8월 한 야생동물 보호단체는 흰 기린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며 유명 자연 다큐멘터리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흰 기린을 집중 조명했다.

몇몇 매체는 흰 기린을 보도할 때 어디에 사는지 위치를 상세히 다뤘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해당 기린이 공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어느 보호구역에 사는지 위치까지 드러나면 밀렵을 당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2020년 3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케냐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국은 어미 흰 기린과 새끼 1마리가 밀렵꾼에게 사냥 당해 뼈만 남은 상태로 발견됐고, 발표일로부터 약 4개월 전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밀렵꾼이 어떻게 흰 기린을 찾아 사냥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영상으로 얻은 유명세가 원인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적인 퓰리처상 사진 보도 부문 1980년 수상작은 익명으로 보도됐다. 수상작은 이란 내전 당시 처형 장면을 촬영한 것이었는데 사진을 찍은 기자의 이름이 노출되면 그의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생존 위협을 겪는 멸종위기종, 특히 사람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동물에게도 '익명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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