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 라쿤' 업체 "산책 중 전단지 배포한 것 뿐 학대 아냐"

  • 임병선 기자
  • 2020.11.03 17:42

지난달 22일 뉴스펭귄은 홍대 한 이색동물카페에서 라쿤을 거리 지상변압기 위에 올리고 사람이 몰려들자 전단지를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펭귄 보도는 SNS에서 3일 기준 댓글 1600개가량이 달리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수의 네티즌은 업체 측 행위를 동물을 이용한 판촉 행위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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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대표 A 씨는 2일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당일 라쿤을 데리고 나간 직원이 산책 도중 잠시 쉬는 동안 변압기 위에 라쿤을 올려놨고, 관심을 보이던 주변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라쿤을 올려놓은 것이라면 왜 전단지를 나눠줬느냐'는 기자 질문에 "평소 라쿤을 산책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건다. 매번 설명하기 어려워 전단지를 챙겨 다니다가 나눠주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러 홍보를 위해 산책하러 나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이색동물카페에서 촬영된 라쿤 (사진 Martin Lopatka - flickr)/뉴스펭귄

A 씨는 "라쿤이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압기 위에 올려놓은 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생각해 해당 직원에 따끔한 주의를 줬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라쿤을 보러 왔을 때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나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라쿤을 노출하는 행위가 학대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산책 자체는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라쿤을 이용해 홍보를 하는 행위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하지 말라면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몇 달 전부터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봤다는 한 네티즌 주장에 대해서는 "홍대에서 동물 관련 업체를 운영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산책은 항상 나갔고, 라쿤을 보러 몰린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은 지난 7월 새로운 가게를 오픈한 뒤부터 했다"고 답했다.

동물자유연대 신상철 활동가는 3일 뉴스펭귄에 "과거 애견카페 등에서 강아지를 거리 중간에 묶어놓은 채 홍보하는 등 문제 사례는 있었지만, 라쿤을 이용한 홍보 방식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라쿤은 광견병 바이러스 등 감염원으로 알려져 낯선 사람과 잦은 접촉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가 되는 동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 거리와 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인수공통감염병 우려가 있는 라쿤을 사람과 무분별하게 접촉시키는 것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지난달 27일 뉴스펭귄과 전화통화에서 "라쿤은 개나 고양이처럼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동물'로 사람과 접촉에 민감하다"며 "이런 행위는 학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쿤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에 따라 야생생물로 분류된다.  

어웨어의 체험동물원(이색동물카페) 금지 촉구 캠페인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뉴스펭귄

어웨어 측은 "해당 업체는 이전부터 마포구청 관할 부서에 계도 조치를 요구했으나, 관련자를 처벌할 만한 법률적 근거가 없어 구청 측 처분이 불가했다"며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네티즌과 동물단체의 동물권 의식과 동물보호법 집행 주체인 환경부의 시각은 달랐다.

환경부 이색동물카페 담당자는 보도에 첨부된 영상을 보고 "이런 식의 광고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상 법적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또 "라쿤이 신체적 위해를 입거나 공포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동물보호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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