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은 플라스틱이 모자라다"
"사실 한국은 플라스틱이 모자라다"
  • 홍수현 기자
  • 승인 2020.11.03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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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국내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섬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들을 조사해봤는데 거의 찾지 못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블랙야크' 전창익 기획팀 과장이 엠빅에 한 말이다. 

블랙야크는 지난 5월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과 업무협약을 맺어 버려지는 페트병의 자원 순환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지난달에는 청계산 매장에 '페트병 수거기'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원료로 사용할 폐페트병을 구하는 게 힘들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마당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블랙야크가 설치한 페트병 수거기 (사진 블랙야크 제공)/뉴스펭귄
블랙야크가 설치한 페트병 수거기 (사진 블랙야크 제공)/뉴스펭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며 택배, 배달이 급증해 플라스틱 사용량도 덩달아 껑충 뛰어올랐다. 많이 쓴 만큼 버려지는 양도 만만치 않은 데 실상 우리나라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은 40%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화되며 환경부는 지난해 폐플라스틱 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몸통을 무색으로 하거나 라벨을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절취선을 만드는 업체에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페트병은 라벨과 뚜껑을 모두 분리하고 버려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데다 여전히 페트병 안에 꽁초나 다른 액체 등 불순물을 넣어 버리는 사례가 많아 재활용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서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어떤 분리 작업과 공정을 거쳐 재탄생하지는 지,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에서는 그동안 막연하게 상상해온 플라스틱이 재선별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분리수거된 플라스틱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선별공장'이다. 밀어도 밀어도 끝이 없고 넘어도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흡사 플라스틱 지옥 같다.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수거한 플라스틱 더미가 컨베이어벨트위로 올라간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과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인데 수작업이 병행된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오는 쓰레기 속에는 찢어진 축구공, 훌라후프를 비롯해 아령, 키보드, 청소기까지 딸려 나온다. 이런 건 모두 작업자가 하나씩 손으로 건져낸다. 

폐플라스틱 분류 과정 중 튀어나온 청소기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폐플라스틱 분류 과정 중 튀어나온 청소기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이면 무조건 다 재활용되는 줄 알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질이 섞이게 되면 플라스틱 재활용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차로 불순물이 걸러진 플라스틱은 분쇄기를 거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잘게 찢기고 세척된다. 이후 알록달록한 유색 색종이같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열처리를 통해 '플레이크'라는 원료로 가공된다. 

폐페트병으로 다시 만들어진 실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폐페트병으로 다시 만들어진 실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한 번 더 가공해 '팰릿'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도 불순물이 문제가 된다. 1차 불순물 제거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들은 작업자들이 골라냈지만, 페트병 속에 버린 담배꽁초 등 여전히 많은 불순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순물이 섞인 페트병으로 실을 만들게 되면 점도가 떨어져 뚝뚝 끊기는 불량품이 발생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자원 재순환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분리수거를 하지 않거나 마구잡이식으로 버린 탓에, 폐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폐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사진 엠빅 '이쯤 되면 플라스틱-19 팬데믹이라고 불러야 한다' 캡처)/뉴스펭귄

미국 해양보호협회(SEA) 등 합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88kg으로 1위 미국(105kg) 2위 영국(99kg)에 이어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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