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故 이건희 회장이 복제한 반려견 '벤지' 이렇게 컸다 (2020년 근황)

  • 홍수현 기자
  • 2020.11.02 08:00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며 그의 반려견 '벤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이 생전 견공을 각별히 아낀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故이건희 회장 유년 시절 (사진 삼성 제공)/뉴스펭귄

현재 '진돗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토종견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에 이 회장의 숨은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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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까지만 해도 진돗개는 순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세계 견종 협회에 등록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회장은 1969년 직접 진도로 내려가 진돗개 30마리를 데려왔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진과 함께 교배 작업을 통해 개체 수를 150마리 까지 늘렸고, 확실하게 순종이라 할 수 있는 한 쌍을 찾아 1979년 세계 견종 협회에 진돗개를 등록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남동 자택에 200마리가 넘는 진돗개와 반려견을 키운 탓에 민원이 폭주해 결국 모두 에버랜드로 옮겨갔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후 에버랜드에 '국제화 기획실'을 만들어 10여 년간 진돗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사업을 진행했고 2005년 진돗개는 영국 애견단체 켄넬 클럽에 세계 197번째 명견으로 등재됐다. 

1993년 미국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과 인터뷰 할 때 모습이다. 요크셔테리어 '벤지'를 안고 있는 故이건희 회장 (사진 삼성 제공)/뉴스펭귄

이처럼 이 회장은 견공을 아꼈지만 그가 가장 사랑한 반려견은 단연코 '벤지'였다. 

벤지는 이 회장이 1986년부터 10년가량 키운 요크셔테리어인데 벤지가 죽고나서 그는 새로 입양한 포메라니안에 다시 '벤지'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 회장이 집에 들어서면 벤지가 그의 발밑에 앉아 다른 개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시간이 흘러 포메라니안 벤지도 16세까지 살다 지난 2009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 회장은 포메라니안 벤지의 체세포를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김민규 교수팀에 전달해 2010년 복제에 성공했다. '쌍둥이'였다. 

2010년 복제된 벤지가 처음 태어났을 때 모습 (사진 삼성 제공)/뉴스펭귄

김 교수는 29일 쌍둥이 근황을 묻는 뉴스펭귄 질문에 "쌍둥이 '벤지'들은 에버랜드 '맹인안내견 교육센터'로 옮겨져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맹인안내견 교육센터 역시 이 회장의 직접 지시하고 살뜰히 살핀 곳으로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래대표로 당선된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따라다니는 안내견 '조이'도 이곳 출신이다. 

2017년 복제된 벤지가 태어났을 때 모습 (사진 삼성 제공)/뉴스펭귄

벤지의 삶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벤지의 체세포는 영하 196℃에서 9년간 냉동상태로 보관됐다가 2017년 다시 복제에 성공한다. 견종 복제는 탐지견, 구조견 등 국가 차원에서 수행하는 특수목적견 목적이나 견종 복원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이때 총 4마리 주니어 벤지가 새롭게 태어났다. 뉴스펭귄 취재 결과 2017년에는 두 마리 대리모에서 각각 쌍둥이가 태어났다. 첫 포메라니안 벤지의 출생부터 시작하면 도합 '4번 째' 벤지인 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4번 째 유전적 쌍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인포그래픽_최진모)/뉴스펭귄

2017년에 태어난 벤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을 묻자 김 교수는 "두 마리는 일반에 분양됐고 두 마리는 연구소에서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에 분양된 두 마리도 연구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으로 분양된 한 마리는 '사회복지시설'에 다른 한 마리는 가정집에서 지내고 있다. 

연구소에 있는 복제견 벤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기자 질문에 "벤지의 세포에서 복제된 건 맞지만 각각 대리모가 달라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름은 '봄'과 '겨울'이다.

김 교수는 "한 마리는 성격이 무던하고 느긋한 반면 다른 한 마리는 조금 예민한 편이다. 체중도 4kg과 3.4kg으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뉴스펭귄이 최초로 공개하는 2020년 복제견 벤지, '봄과 겨울'이 근황이다

봄과 겨울 (사진 충남대 김민규 교수 제공)/뉴스펭귄
왼쪽이 봄, 오른쪽이 겨울이다 (사진 충남대 김민규 교수 제공)/뉴스펭귄
누가 봄이고 누가 겨울일까? (사진 충남대 김민규 교수 제공)/뉴스펭귄

우리나라의 동물 복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벤지의 체세포로 다시 복제를 시도할 계획이 있냐는 매체 질문에 김 교수는 "더 이상 그럴 계획은 없다. 남은 체세포는 모두 폐기처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바둑이 삽살개가 새끼 7마리를 출산했을 때 모습이다. 이중 2마리가 단모종이다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 제공)/뉴스펭귄

김 교수는 멸종위기종 복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해 멸종위기에 몰린 우리나라 토종 단모종(짧은털) 바둑이 삽살개의 대를 잇는 쾌거를 이뤘다.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살개는 길고 복슬복슬한 털로 유명하지만, 전체의 1%도 안 되는 확률로 털 길이가 장모종의 절반 수준(7~8cm)인 '짧은 털 삽살개'가 태어난다. 이는 무척 희귀하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모든 개체가 사라졌다. 

김민규 교수팀은 지난 2017년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난 수컷과 장모종(긴 털) 암컷의 인공 수정을 거쳐 새끼 7마리를 낳는 데 성공했다. 

새끼 중 두 마리가 '짧은 털 삽살개'였는데, 모두 암컷인 데다 작년에는 자연 임신으로 출산까지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견종 복원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지만 열정적이었다. 그는 "멸종위기종 복원에 항상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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