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납니다만' 아마존 화재에 반격한 브라질 대통령의 꼼수

  • 임병선 기자
  • 2020.10.29 11:29
나사는 지난해 8월 19일 촬영된 아마존 숲 화재 사진을 공개하며, 보우소나루 정부 첫 해에 아마존 숲 화재가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 나사)/뉴스펭귄

브라질 정부가 외교관을 비행기에 태워 아마존에 화재가 없음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브라질 내 주재 중인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국가 외교관을 초청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시찰하는 비행 프로그램을 11월 4일~6일 간 진행할 예정이다.

비행 안내자로 아미우톤 모우랑(Hamilton Mourão) 브라질 부통령이 나서며 독일,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스웨덴, 캐나다, 페루,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사급 외교관 10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비행은 브라질 북부 파라주와 아마조나스주 인근을 경유하는 경로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범죄 단속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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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가 각국 외교관을 초청한 이유는 아마존 숲 환경 문제 대처 방식에 대해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화재는 7만 6030건으로 2010년의 10만 2409건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에는 4만 6968건이었으나 보우소나루 정권 첫해인 지난해 6만 6749건으로 증가했다. 

나사는 지난해 들어 아마존 숲 화재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공식 발표를 통해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자료가 정확하다고 뒷받침했다. 나사 측은 지난해 8월, 화재가 많이 감지되는 시기가 토지가 많이 개간되는 시기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 숲에 일어나는 산불, 방화, 불법 개간, 불법 채굴 등을 방치했다는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그린피스는 지난해 9월, 아마존 숲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를 방화를 통한 불법 개간이라고 지목했다.

이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하고 아마존 지역의 화재 발생 건수는 이전 대비 111%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등 브라질 정부가 화재를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지난 6월 브라질 하원에 보낸 서한을 통해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환경 문제를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며 경제적 압박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또 독일,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벨기에 등 유럽 8개국은 모우랑 부통령에게 삼림 파괴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내 브라질산 제품 보이콧 가능성도 암시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도 브라질리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관 양성 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각국 외교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로 인해 황폐해진 곳을 단 1㏊(10,000㎡)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교관을 초청해 아마존 숲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아마존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와 나사의 자료를 전격 반박하는 것이다.

다만 외교관이 다음 달 실제로 방문할 때쯤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호언대로 산불은 못 볼 수도 있다. 아마존 화재는 8월에 가장 많이 일어나며, 10월 이후엔 비교적 발생 빈도수가 낮아진다.

2000년도부터 2019년까지 아마존 숲 파괴 과정을 담은 위성영상(사진 나사)/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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