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제도를 둘러싼 긴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
갈라파고스제도를 둘러싼 긴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
  • 홍수현 기자
  • 승인 2020.10.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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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제도를 둘러싼 긴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국 어선이 연일 갈라파고스 인근 해역을 휩쓸고 다니자 에콰도르 대통령을 비롯해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 국제 해양 자원 보호 단체 오세아나(Oceana)까지 공식적인 경고에 나섰다.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 해안 경비대는 전 세계의 불법 어업과 싸우고 있다며 중국을 자극했다. 함께 올린 사진이 불법 조업 중에 적발된 중국 어선으로 공개 저격과 다름없다. 

 

국제 해양 자원 보호 단체 오세아나는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거의 300척에 가까운 중국 선박이 갈라파고스 해양 보호구역에서 오징어를 약탈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단체는 사실상 1개월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어업 활동한 사람의 99%가 중국인이었다고 밝혔다. 

 

레닌 모레노(Lenin Moreno) 에콰도르 대통령도 화가 단단히 났다. 

그는 지난 7월 트위터에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도대체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남아메리카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제도는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  

'진화의 전시장' 

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하며 각종 해양생물의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진화론'에 영향을 준 섬으로 유명하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2001년에는 그 범위가 더 확장됐을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지난 8월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고래상어 (사진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페이스북 Jenny Waack)/뉴스펭귄
지난 8월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고래상어 (사진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페이스북 Jenny Waack)/뉴스펭귄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어선들의 활동 반경이 일명 '오징어 루트'를 따라 갈라파고스 인근 해역까지 내려가며 문제가 시작됐다. 실제 2003년 이후 한국과 일본 수역에서도 오징어 어획량이 각각 80%, 82%씩 급감한 이유로 중국의 불법 어로가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중국 어선 수백 척이 '오징어 루트'를 따라 남하하면서 페루와 칠레에 비상이 걸렸다. 오징어는 페루 전체 어업 수출량의 43%를차지할 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다. 페루 해군과 칠레 정부는 공식적으로 경비정을 띄워 중국 어선 감시에 나섰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지도상으로 어선들이 있는 곳은 갈라파고스와 에콰도르 본토 배타적 경제수역(이하 EEZ) 사이 공해상이다. 일단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상에서의 조업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선단이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위치 추적 장치를 꺼버리는 것은 물론, 대형 급유선을 불러다 추가 급유를 하며 조업 기간을 늘리고 선원을 바꿔 태우는 편법을 통해 장기간 조업 이어가며 비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해양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중국 어선단은 한꺼번에 수백 척씩 엄청난 규모로 이동하며 각종 어종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어류는 EEZ와 공해상을 자유롭게 오가기 때문에 어류가 공해로 넘어오는 순간을 기다려 쓸어담아 버리는 게 큰 위험으로 지적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오징어와 멸종위기로 지정된 상어다. 오징어는 망치상어의 주식이자 각종 해양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오징어 개체 수가 급감할 경우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칠레의 한 어부는 중국 선박들을 보고 "얼마나 한꺼번에 떼를 지어 다니는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중국과 에콰도르는 이미 몇 차례 중국 선박의 불법조업으로 마찰을 겪어 왔다. 

지난 2017년 8월 갈라파고스제도 동쪽 끝에 위치한 산크리스토발섬 해양 보호 구역 내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선박이 나포됐다. 선내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귀상어를 포함해 희귀상어 약 6600마리와 희귀종 300t이 실려있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2015년에도 중국 어선에서 상어 지느러미 20만 여장을 압수한 전력이 있다. 귀상어는 중국에서 샥스핀 인기가 높아지며 개체 수가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중국 어선 260척이 갈라파고스 제도 연안 배타적 경제 수역(EEZ) 공해 상에서 한꺼번에 상어 포획에 나서자 에콰도르 정부는 생태계 피해를 우려해 중국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공해상의 조업은 합법적이라며 이를 무시했고 중국 어선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어종 싹쓸이를 이어갔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참다못한 중남미 지역 어업 단체들도 항의에 나섰다. 중국 선단의 불법 조업을 근절해 달라 각국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9월에는 국제 해양 자원 보호 단체 오세아나가 '글로벌 어로 감시(Global Fishing Watch 이하 GFW)' 데이터에 근거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행태를 까발렸다.

단체는 "중국 어선들이 위치 추적 장치를 꺼버리는 방법으로 각국 레이더망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업 활동을 한 시간도 신고한 시간을 훌쩍 넘긴 총 7만 3000시간이었으며 종사자 99%는 중국인이었다"고 발표했다. 

GFW는 오세아나와 구글(Google) 환경 관련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스카이 트루스(Sky Truth)가 어로 활동 투명성 제고를 통해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창설한 국제 비영리 단체다.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해 어로 활동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마침내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까지 중국 어선들의 막무가내식 어업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미 대사관은 트위터에 나포된 중국 어선 사진을 올리며 "미국 해안 경비대는 전 세계의 불법 어업과 싸운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Mike Pompeo)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이 해상 연안 국가들의 주권과 관할권을 침해하며 약탈적 조업 관행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위성 신호가 지연되거나 유실된 때를 제외하고는 자국 선박이 추적 장치를 고의로 끈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갈라파고스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자국 원양어선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어획을 하지 않는 '금어기'를 정했다. 자국 영해나 주권을 주장하는 영역이 아닌 원양어선에 조업 금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갈라파고스제도 부근 어장은 9월부터 11월까지 오징어 잡기가 금지됐다. 

한편 지난 4일 미국 AP통신은 중국 어선단이 금어기 시작 이후에도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중국은 오징어 52만t, 전 세계 오징어 어획량의 70%를 낚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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