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시 인터뷰] 그들은 왜 "나는 침팬지"라고 외치는가
[이동시 인터뷰] 그들은 왜 "나는 침팬지"라고 외치는가
  • 남주원 기자
  • 승인 2020.11.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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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시국선언' 중 침팬지로서 선언하는 현희진 님 (사진 '이동시'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동물들의 시국선언' 중 침팬지로서 선언하는 현희진 님 (사진 '이동시'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동물들이 인간을 시장에서 거래했습니까? 동물들이 인간을 잡아다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가동했습니까? 동물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유유하고 우아하게 살아갑니다.

동물과 그들의 서식지, 기후위기와 관련된 환경 문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는 단체가 있다.

비영리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하 이동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등 창작의 힘을 빌려 기후위기에 관한 거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그들이 일으키는 변화의 물결은 가히 섬세하고 날카롭다.

예를 들어 그들은 동물을 위한 당을 넘어, 동물에 ‘의한’ 당을 창당한다는 콘셉트로 '동물당 창당대회'를 열거나(여기서는 소리꾼·소설가·뮤지션·동물권단체가 참여해 판소리와 힙합의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졌다), 역사상 최초의 SF영화로도 평가받는 '기계 정육점(La Charcuterie mécanique, 1895)'에서 출발해 중세시대 성행했던 동물 재판을 거쳐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정치적 몸짓을 해석한 '동물심 번역기(2020, 이동시 제작 영상)'를 통해 우리 미래의 모습을 엿본다(동물당 SF: 동물 재판 + 동물심 번역기)

멸종위기·기후위기 전문 매체 뉴스펭귄은 이동시가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동시 기획편집자 현희진 씨 답변에는 초지일관 진지함과 대담함이 묻어나왔다. 그의 언어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뜨거운 불씨를 품고 있었다. 

퍼포먼스 '절멸' 당시 침팬지로 분장한 현희진 님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퍼포먼스 '절멸' 당시 침팬지로 분장한 현희진 님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동시의 현희진입니다. 이동시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글을 쓰거나 편집하고 있습니다. 기후세대입니다. 저는 저의 조부모 세대(1946~1964)가 다양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쓰고 먹고 배출한 양에 비해 단지 1/6 정도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할 수 있습니다. 매일 친구들과 동생들의 미래가 없음에 서늘합니다. 이 서늘함으로 움직입니다. 

'기후세대'는 통상적으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대를 일컫는다. 기후세대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를 대변해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맞서고 있다.

기후세대는 기성세대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허용 가능한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돼 적은 양만을 배출할 수 있다.

앞서 영국 기후환경 비영리 연구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와 옥스퍼드 대학 벤 칼데콧(Ben Caldecott) 박사 연구팀은 태어난 해에 따라 평생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을 산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2도로 제한하는 경우 평생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량은 2017년 태어난 사람이 122t으로 1950년 출생한 사람에 비해 3분의1에 불과했다. 1.5도로 제한되면 2017년 태어난 사람은 43t만 배출할 수 있어 1950년 출생한 사람에 비해 8분의1로 더욱 줄어들었다. 

즉 어린이와 청소년 기후세대(1997~2012년생)는 그들의 조부모 세대(1946~1964년생)보다 개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6분의1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주-

 

Q. 이동시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이동시’는 이야기와 동물과 시의 앞 글자를 딴 말로, 기후/환경/동물 관련 이슈를 다루는 창작 집단입니다.

이동시는 이야기와 시의 힘을 믿습니다. 생명을 노래하는 감수성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 동물을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통한다고 믿습니다.  

이하 이동시가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동물당 매니페스토'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이하 이동시가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동물당 매니페스토'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이하 이동시가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동물당 매니페스토'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Q. 이동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에 따라 현재 어떤 활동을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나요?

지구 가열의 임계점이 10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르는 지점이지요. 왜 영국 가디언지를 비롯한 매체들이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했을까요?

기후위기를 단순이 지구가 조금 더 더워진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지구의 기온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지구는 더는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동시는 아직 ‘기후행동’이 유의미한 향후 10년 간, 그러니까 2030년까지 대중의 시선을 바꾸고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반생태적·반환경적·반생명적 축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프로그램 '동물축제 반대축제'(2018),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 캠페인 '쓰레기와 동물과 시'(2019), 동물에 의한 정치의 가능성을 제시한 설치 작품 '동물당 매니페스토'(2020)가 있습니다.   

현재 장편 페이크-다큐멘터리 '비관론자'의 2021년 개봉을 준비 중입니다.

이하 지난 8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서른 명의 작가, 예술가, 시인, 활동가들이 '동물이 되어' 선언문을 낭독하고 공동 선언문 '절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이하 지난 8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서른 명의 작가, 예술가, 시인, 활동가들이 '동물이 되어' 선언문을 낭독하고 공동 선언문 '절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Q. 이동시가 지난 8월 진행했던 <“절멸” - 질병 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활동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이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람 사이에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요. 관점을 나에서 상대방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과 동물을 현대인처럼 구분하지 않았던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위치의 주체로 여겼고, 그랬기에 동물의 관점을 취하는 데에 능했죠. 

현대사회에서 가장 관점 전환에 능한 이들이 바로 작가입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나’ 아닌 존재를 상상하고 그에 이입합니다. 사회가 그어놓은 ‘타자’라는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창작하지요.

이번 <절멸>은 그중에서도 평소 동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던 작가들, 동물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작가들 30명을 모았습니다. 동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100%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동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말하고자 했고, 시인, 소설가, 만화가, 시각예술가, 뮤지션, 유튜버 등 창작자들이 이 뜻에 동참해주었습니다. 

 

Q. 이동시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어떤 식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나요?

이동시는 김한민(작가), 정혜윤(피디), 김산하(영장류학자), 현희진(작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동시는 비영리 창작집단이기 때문에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쪼개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이동시와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을 모으기도 합니다.  

(사진 '이동시'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이동시'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Q. 앞으로의 계획은? 또는 뉴스펭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동시는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은 하나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이 전염병의 시대에 더욱이 동물과 환경의 건강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에요.

환경이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고도 광범위합니다. 기온과 강우 패턴의 변화는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 개체 수 및 분포에 변화를 가져와 인수공통감염병을 증가시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발병되기 시작한 니파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던 과일박쥐가 산불과 가뭄으로 서식지를 잃어 양돈 농장에 드나들다 돼지를 통해 인간에 전파된 사례입니다.

꼭 동물을 매개하는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물 부족 또는 폭우는 오염된 물과 식품을 통해 확산되는 살모넬라 같은 식품매개 감염병을, 홍수로 인해 훼손된 상하수도 시설은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의 발생률을 증가시키죠.

팬데믹의 원인이 동물로 지목된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인수공통감염병과 그 근본 원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 없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 하죠.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동물들이 인간을 시장에서 거래했습니까? 동물들이 인간을 잡아다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가동했습니까? 동물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유유하고 우아하게 살아갑니다.

그들과 같은 지구를 나눠쓰는 우리는 겸손하게 기존 체제와 문명에 대해 반성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장류학자 제인구달은 “코로나19의 원인은 동물 학대”라고 말했습니다. 

각 작가들은 질병과 관련된 동물리스트에서 한 동물을 선택해 그 동물의 입장에서 짧은 글을 쓰고 낭독했다. 작가들의 동물 선언문 전문 및 위 일러스트들은 이동시 인스타그램에 연재됐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각 작가들은 질병과 관련된 동물리스트에서 한 동물을 선택해 그 동물의 입장에서 짧은 글을 쓰고 낭독했다. 작가들의 동물 선언문 전문 및 위 일러스트들은 이동시 인스타그램에 연재됐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이동시의 소식과 작가들의 <절멸> 선언문 전문은 이동시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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