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 홍대 한복판에 동물원 '판촉물'로 등장한 라쿤 (영상)

  • 임병선 기자
  • 2020.10.22 08:00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대 서울의 한 번화가, 남성 두 명이 라쿤 한 마리를 안고 나타났다. 거리에 있던 지상변압기에 익숙한 듯 라쿤을 올려놨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변압기 위에 올려진 라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연신 변압기 위를 계속 맴돌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통통한 라쿤을 보고 "귀엽다"를 외치며 라쿤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차츰 사람들이 몰리면서, 순식간에 열 댓 명이 라쿤을 둘러싸고 만지거나 사진,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라쿤을 데려온 이들은 라쿤을 만지려는 사람들에게 라쿤에 너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거나 다가가면 안 된다고 제지했지만, 그곳에는 라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임시방편조차 없었다. 

사람들이 손에 전단지를 들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라쿤은 높은 지상발전기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연신 맴돌았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람들이 몰려들자, 라쿤을 데려온 남성 두 명은 종이를 꺼내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종이의 정체는 다름아닌 '실내동물원' 홍보 전단지였다. 전단지에는 실내동물원이 인근에 위치했다는 약도와 함께 라쿤, 페럿, 사향고양이, 사막여우, 알파카, 카피바라, 킨카주 등 여러 동물이 산다고 적혀 있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처럼 살아 있는 동물을 '판촉물'로 활용하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 될 소지가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2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 있다.

■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

이어 3조에서는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으로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살아있는 라쿤을 이용한 거리광고는 법적인 제재를 떠나 도덕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장면을 목격한 대학생 이 씨는 "처음엔 저분들이 라쿤을 개인적으로 키우다 산책을 나온 건가 했는데 전단지를 나눠주는 걸 보고 화가 났다"면서 "높은 곳에서 빙빙 도는 라쿤을 보기 힘들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