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속도 빨라지는데 보호종 지정은 '뒷북'

  • 권오경 기자
  • 2019.02.20 15:15

IUCN 적색목록 야생생물 28% CITES서 제외
CITES 보호종에 포함되는데 최대 24년 걸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더딘 대응 속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CITES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더딘 대응 속도가 논란이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새로운 과학 연구에 따르면 앵무새부터 도마뱀까지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CITES의 느린 반응 속도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지로부터 무질서하게 포획·채취되는 것을 억제하고자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국제 협약이다.

시카고 해리스 공공정책 대학교수이자 이번 연구 논문의 저자인 에얄 프랭크는 "비록 아직까진 개체 수가 양호한 편에 속하는 동·식물 종이더라도 멸종위기까지 가는 덴 겨우 몇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수 있기에 수백만 동·식물의 멸종을 막으려면 정책 결정 과정이 더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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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더딘 만큼,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의 적색 목록(Red list)엔 속해 있으나 CITES의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도 많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수이자 논문 공동 저자인 데이빗 월콥은 IUCN의 적색 목록 958종을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CITES는 IUCN의 적색 목록 야생 동·식물 중 28%에 대해선 보호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 이 동·식물이 CITES의 보호종에 속하기까진 약 20년이 걸린다.

월콥은 ”적색 목록엔 포함됐으나 CITES의 보호를 받지 않는 동·식물 종 중 62%는 19년을 더 기다려야 CITES 보호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는 24년째 대기 중“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인데도 불구하고 CITES의 대응 속도가 이렇게 더딘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CITES가 보호종을 지정하는 과정이 과학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적색 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동·식물 종이 보호종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CITES 당국이 IUCN에겐 없는 정보를 갖고 있거나 반대로 IUCN의 정보를 CITES가 참조하지 않았다는 가정에 이를 수 있다.

윌콥은 "CITES와 적색 목록은 멸종위기 동·식물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두 수단”이라면서 “이 두 기관이 긴밀한 관계를 갖고 협업해 신속하게 멸종을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프랭크와 윌콥은 CITES 정책입안자들이 야생 동·식물의 보호 절차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서 CITES 회원국 어디든 간에 하루빨리 적색 목록 동식물을 CITES 보호종으로 등록하는데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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