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역설, 알프스 빙하 녹으며 '1만 년' 품고 있던 물건 드러나

  • 홍수현 기자
  • 2020.10.19 14:19

지구 온난화로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며 1만 년 전 고대 유품이 발견됐다. 

16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알러트등 외신은 "알프스 빙하가 녹으면서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묻혀있던 중석기 시대 물품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유적 발굴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마르셀 콜레니센(Marcel Cornelissen)는 "스위스 동부 우리(Uri)주에 있는 브루니펌(Brunifirm)빙하 고도 2800m 지대에서, 1만 년 전 사냥꾼과 채집가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가 고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 말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베른주 고고학 서비스)/뉴스펭귄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알프스산맥과 같이 높고 험준한 산맥은 피해서 생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수천 년 동안 묻혀있던 유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1991년 이탈리아 해발 3210m 알파인 빙하에서 찾아낸 사체 '외치(Oetzi)'다. 5300년 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외치는 한쪽 눈에 화살촉이 박인 채 얼음 속에 파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외치는 뼈와 피부뿐 아니라 내장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아이스맨'으로 불렸다. 

외치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그가 예외적으로 알프스산맥을 올랐을 것이라는 이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2003년 해발 2756m 알프스 베른에서 자작나무 껍질 화살통이 발견되고, 4500년 전 물건으로 추정되는 가죽바지와 신발이 연이어 발견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달에는 최소 60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밧줄과 나무, 인형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인류가 알프스산맥처럼 높은 곳에서도 생활했다는 중요한 증거로써 고고학적 의미가 크다. 

(사진 베른주 고고학 서비스)/뉴스펭귄
​(사진 베른주 고고학 서비스)/뉴스펭귄(사진 베른주 고고학 서비스)/뉴스펭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고학자 레굴러 구블러(Regula Gubler)는 이번 발견을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발견이 가능해졌지만 이건 또 다른 위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빙하 속에 오랫동안 얼어있던 물건들은 빙하가 녹아 햇빛을 맞게 되면 급격하게 상태가 훼손된다"며 "빙하가 다 녹아버리게 되면 더 이상 '외치'같이 선사시대의 비밀을 품은 보물은 찾을 수 없다"고 탄식했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