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전자담배 '어떻게' 버리는지 알고 계셨나요? (feat 분리수거)
- 임병선 기자
- 2020.10.15 08:00
전자담배 매니아층 사이에서는 '일회용 전자담배'가 '핫'하다.
일회용 전자담배는 구입 후 안에 채워진 니코틴 액상을 모두 쓰고 난 뒤 버리는 구조로 일반 담배 기준 2갑 분량인 흡입 횟수 최대 40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여타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기계를 구입해야하는 초기비용 때문에 흡연량이 적거나 가끔 담배를 찾는 사람에게 일회용 전자담배가 좋은 대체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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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과 사회적 비용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렇다면 일회용 전자담배는 어떨까?
일회용 전자담배 역시 기계 내 전지를 포함하고 있어 일반 쓰레기로 버릴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만 아직 분리배출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일회용 전자담배에는 액상을 가열하기 위한 전력을 보관하는 전지가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리튬폴리머 전지가 활용된다. 환경부가 권장하는 방법에 따르면 전지를 분리해 버려야 하지만 폐기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탓에 대부분 소비자는 폐기 방법을 모를 뿐 더러, 안다 하더라도 혼란을 겪고있다.
최근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줄이는 사회적 추세에 맞지 않다는 점을 차치해도 '폐기 방법' 하나로도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뉴스펭귄이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일회용 전자담배처럼 따로 폐기법이 정해지지 않은 전자기기는 전지를 분리한 뒤 재질별 분리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지는 폐전지수거함 넣는 등 각 지자체 별 수거 방법에 따라 다른 쓰레기와 분리해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일회용 전자담배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이 상당하다. 담배를 피우고 나면 바로 재떨이 아래 있는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측도 "일회용 전자담배에서 금속과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폐기되고 매립, 소각되는 게 현실"이라고 14일 매체에 밝혔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일회용 전자담배 '버블몬', '죠즈A'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버블몬 제조사인 버블몬 주식회사는 사용 후 기기를 통째로 전지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죠즈A 수입사인 죠즈코리아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고 했다. 제조자 측에 문의해도 환경부가 권장하는 폐기법을 전달받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시판 일회용 전자담배인 '칵스' 제조사 디베이프는 고객센터 운영이 중단됐는지 통화가 불가능했다.
일회용 전자담배를 구입해 상품 박스와 기기를 뜯어봐도 폐기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가 스스로 전지를 분리해야 함을 안다고 해도 전지가 어떤 종류인지, 어느 곳을 뜯어야 나오는지 알 방도가 없다.
실제로 일회용 전자담배 죠즈A 제품을 구매해 전지를 분리 배출하려 시도했다. 제품을 분해할 만한 틈은 흡입구 쪽 한 개밖에 없었는데 이 곳을 양 손으로 강하게 잡아당겨도 잘 빠지지 않았다.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장치와 흡입구를 분리하려 했으나 홈이 부족했다. 결국 니퍼로 강하게 누르자 빠질 기미가 보였다. 흡입구를 위로 분리하니 내부 장치가 줄줄이 딸려나왔다.
분해 시 액상이 손에 묻을 우려도 컸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사례 중에는 사용 중인 다회용 전자담배 액상이 흘러내려 손가락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을 호소한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용 전자담배에서 전지를 분리해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용 전자담배를 일반쓰레기로 버렸을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폐기 과정에서 위험 상황 발생, 폐자원 재활용 불가, 매립이나 소각 시 환경문제 발생이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리튬폴리머 전지는 폐기장에서 자체 발화 가능해 작업장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협회 측 관계자는 실제로 처리 과정에서 연기가 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스마트폰 등 대부분 전자기기에 활용되는 리튬이온전지도 비슷한 위험성을 가진다.
리튬폴리머 전지는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다른 쓰레기와 함께 쓸려들어가 분쇄되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한 충격을 받거나 관통됐을 때, 수분에 접촉했을 때 자체 발화한다. 일회용 전자담배에 장착된 전지가 비교적 용량이 작다고 해도 불에 잘 타는 소재가 많이 포함된 일반쓰레기와 함께 있다면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전력이 많이 남을수록 위험성은 커진다. 버블몬과 죠즈A는 용량 300mAh, 칵스는 380mAh 수준이다. 제품 설계상 니코틴 액상을 모두 소진해야 할 만큼 전력이 필요하므로 1회 사용 후 버리면 내부에 전력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도 앞서 9월, 보조배터리 회수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리튬전지가) 다른 폐기물에 섞여 기계식 회수·선별시설에 들어가거나 운반과정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전지 특성상 작은 폭발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도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전지는 수많은 화학 물질로 구성됐고 그중에는 희소한 자원도 많이 포함됐다. 리튬, 니켈(Nickel), 코발트, 망간(Manganese), 구리, 코발트 등이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리튬폴리머전지는 재활용 시 구리나 코발트를 추출할 수 있고, 이를 새로운 전지를 만드는 데 쓰거나 다른 물품 제작에 활용된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 관계자는 "리튬폴리머를 비롯한 리튬2차전지는 일정 처리업체로 이동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이는 적정하게 수거됐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일반쓰레기는 대부분 매립, 소각되는데 이때 전지가 포함되면 환경문제로도 확장된다. 전지가 매립됐을 때는 부식하면서 내부에 있던 중금속, 독성 화학물질 등이 토양 및 지하수로 스며든다. 소각 시에는 독성 가스가 배출된다.
환경부 측은 지난해 10월 일회용 전자담배 폐기처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SBS에 말했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쓰레기처럼 종량제에 버리는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펭귄 취재 결과,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폐기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전자기기 담당자는 "폐기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고 검토되는 바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상부에 건의해 보겠다"고 14일 뉴스펭귄에 밝혔다.
담배에 부착된 필터를 처리하는 방법을 미리 정착시키지 않아 담배꽁초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가 하수구를 막고, 길거리 미관을 해치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된다.
이처럼 무언가를 어떻게 폐기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일회용 전자기기 폐기 지침과 규정에 관한 논의조차 없다. 아직은 전지가 포함된 일회용 전자기기가 많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한 번 충전하고 버리는 일회용 보조배터리가 등장하는 등 일회용 전자기기의 출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장치가 고도화할수록 내부 구조가 복잡해져 분리는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담배 필터가 만든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새롭게 등장할 일회용 전자기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부 전자기기 부문 담당자는 일회용 전자기기가 추가로 등장했을 때 대응할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 "일회용 전자기기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지 않아 법적 규제가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수은전지, 산화은전지, 리튬1차전지 등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일환으로 업체가 생산 시 부담금을 지불하고, 재활용 의무량과 실적이 모두 공개된다. 반면 최근 등장하는 소형 전자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폴리머전지, 리튬이온전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확한 재활용률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전자기기, 전지의 원활한 폐기를 위해 새로운 법과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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