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양이...' 일부 미국인의 삐뚤어진 맹수 사랑

  • 임병선 기자
  • 2020.10.12 15:30
(사진 Pexels)/뉴스펭귄

기형적인 미국 내 호랑이 사육 산업이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계기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호랑이, 사자 등 고양잇과 맹수를 '큰 고양이'라고 부르며 호랑이 보전가를 자처한다. 이들은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호랑이 새끼를 방문객이 만지거나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호랑이 사육은 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US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에서 승인받은 정식 동물원에서는 합법이지만, 미국 내 사육 호랑이 중 6% 가량만 합법 시설에 살고 있다. 나머지 94%는 불법 사육 개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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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에도 맹수를 불법으로 개인 사육하는 이들은 많다. 이들은 성체 호랑이와 사자가 젖병을 통해 음식을 받아먹는 영상을 SNS에 게시하거나, 맹수가 마치 반려동물처럼 사람에게 몸을 비비는 장면을 자랑한다. 

 
 
 
 
 
 
 
 
 
 
 
 
 
 
 

Михаил Зарецкий(@mihail_tiger)님의 공유 게시물님,

미국 내 호랑이 사육 규모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전 세계 야생에 생존한 호랑이 개체수보다 미국에서 사육 중인 호랑이의 개체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미국 내 사육 호랑이는 7000여 마리인데 야생 호랑이는 아시아 산지에 3500여 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사육 동물 수 보고 의무가 없는 텍사스 내 호랑이 개체수와 불법 밀매 규모는 짐작 불가능해 사육 호랑이 개체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맹수 사육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계기로 불이 붙었다. 호랑이 테마파크를 운영하던 조 이그조틱(Joe Exotic)이 자신의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동물보전단체 빅 캣 레스큐(Big Cat Rescue) 대표 캐롤 배스킨(Carole Baskin)을 죽이려 했다가 감옥에 갇히기까지 삶을 담은 넷플릭스 프로그램 '타이거 킹'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다. 

조 이그조틱. 넷플릭스 '타이거 킹' 공식 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 넷플릭스)/뉴스펭귄

타이거 킹은 호랑이 사육장에서 길러지는 호랑이 사육 실태를 담고 있다. 동물을 위한다는 캐롤 배스킨도 조 이그조틱처럼 호랑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타이거 킹은 테마파크, 동물원 소유주들이 멸종위기종을 '보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동물을 착취하는 구조라고 꼬집는다. 어린 호랑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격리된 뒤 인간과 시간을 보낸다.

덩치가 커지기 전 생후 약 12주까지 새끼 호랑이는 소위 '체험 프로그램'의 전시물이 된다. 방문객은 아기 호랑이를 쓰다듬고, 먹이를 주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미 호랑이는 새끼를 낳은 후 관리를 받고, 건강이 회복되면 번식에 다시 동원된다. 야생 상태에서 활동 범위가 30㎢에 달하는 호랑이는 좁은 우리에서만 생활하다 근위축을 앓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다뤘음에도 영상 속 인간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포장된 맹수들은 미국 내에서 호랑이 사육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뉴스펭귄

미국 내에서는 호랑이를 사육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는 목소리와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호랑이를 사육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인의 자유' 보장이 우선시되는 미국에서 이런 법안이 발효될 확률은 낮다. 

실제 미국에서는 호랑이 사육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꽤 많은 편이다. '타이거 킹'에 등장하는 조 이그조틱의 호랑이 사육장이 동물 학대 혐의를 이유로 폐쇄 조치가 내려진 뒤, 미국 유명 래퍼 카디 비(Cardi B)가 그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모금하는 등 호랑이 사육을 비호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크다.

심지어 '타이거 킹' 제작진이 양 측 의견을 공정하게 전한다는 명목 아래 조 이그조틱을 고발한 캐롤 배스킨의 개인사에 관한 의혹을 프로그램을 통해 내세우면서 '호랑이 테마파크가 동물 학대인가 아니냐'는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반면 미국 외부에서는 호랑이 사육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호랑이 사육 시설이 보전 활동으로 포장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직원이자 호랑이 테마파크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호랑이 사진으로 올해의 동물 사진작가로 선정된 스티브 윈터(Steve Winter)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테마파크에서 내세우는 보전 가치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호랑이들은 존엄성을 뺏겼고, 더 이상 야생 호랑이처럼 행동하지 않거나 야생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편, '타이거 킹'에 등장하는 여러 호랑이 농장 주인 중 한 명인 바거반 앤틀(Bhagavan Antle)이 야생동물 밀매 혐의로 기소됐다고 11일 미국 CNN이 보도했다. 새끼 사자를 밀매한 혐의인데, 함께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그의 딸 2명도 동물 학대와 멸종위기종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타이거 킹에 등장한 바거반 앤틀 (사진 넷플릭스)/뉴스펭귄

이와 함께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윌슨 야생동물공원(Wilson's Wild Animal Park)의 소유주인 키스 윌슨(Keith Wilson)도 기소됐다. 그는 2019년 11월, 46건의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이들은 모두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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