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cm 물장군이 물속 포식자 50cm 물뱀을 잡아먹는 충격적인 장면!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10.07 14:18

물속 풀을 먹거나 조그만 송사리를 잡아먹는 수서곤충, 긴 혀를 뻗어 작은 수서곤충을 날름 낚아채는 개구리, 그 개구리를 풀숲에 숨어 호시탐탐 기다리다 마침내 잡아먹는 물뱀. 큰 놈이 작은 놈을 사냥하는 수서 생태계의 먹이사슬 모습이다.

(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이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던 먹이사슬의 에너지 흐름이 깨졌다. 물속 곤충인 물장군이 최상위 포식자인 물뱀을 먹고 있다. 무자치로 불리는 물뱀은 비늘도 매끈하고 눈도 동글동글한 게 귀엽게 생겼다. 논이나 숲속 물가에 살면서 개구리와 곤충류 등을 잡아먹는 독이 없는 뱀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인 개구리나 물고기가 많이 없어져 수가 줄었지만 국내에서는 그나마 흔한 뱀 중 하나다.

물속의 물뱀(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먹이를 노려보고 있는 물장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상식적인 상황과 다른, 역전된 먹이의 역습이 가능할까? 어떻게 6cm의 물장군이 50cm에 이르는 길고 강력한 포식자인 물뱀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한번 꽉 잡으면 결코 풀리지 않는, 강력한 낫 모양의 갈고리가 달린 초대형 앞다리가 강력한 무기다. 학명 중 속명인  Letocerus가 죽음의 발톱을 의미하는 바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무기, 먹이를 무력화 시키는 신경 독 그리고 먹이 내용물을 물처럼 만들 수 있는 소화효소와 독과 효소를 주입할 수 있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침모양의 입이 있어 가능하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물장군 발톱(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침처럼 생긴 물장군 입(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물장군이 물뱀 꼬리를 잡자 지그재그로 힘차게 꼬리를 치며 물장군을 떨어뜨리려 초고속으로 달린다. 꼬리 끝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던 물장군이 물뱀의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다. 2차 공격! 다시 꼬리를 문다. 이번에는 똬리를 틀어 감고 조이고 비틀며 꽉 옥죄자 꼼짝 못하던 물장군이 스스로 침을 뺀다. 

물뱀에 침을 꽂은 물장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3차 공격! 다시 꼬리를 문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듯 몸을 빙글빙글 돌려 물장군의 중심을 흐트러뜨린다. 가장 강력하지만 물뱀 스스로도 너무 많은 힘을 쓰는 방어 기술인지라 물뱀도 지친다. 떨어지지 않는 물장군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만 몸부림칠 때마다 갈고리는 더욱 살을 파고 들어가 옥죄고, 물풀과 돌 같은 장애물을 이용하여 떼어내려고 안간 힘을 쓰지만 물장군은 결코 놓질 않는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강력한 신경 독으로 물뱀을 무력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움찔움찔하던 물뱀이 곧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동글동글한 귀엽던 눈이 풀린다.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마침내 끝이 난다. 집요하게 공격하던 물장군이 물뱀을 먹고 있다. 현장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