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최대 서식지'가 잔혹하게 약탈당하고 있다

  • 김해윤 인턴기자
  • 2019.02.19 08:15

니카라과 야생보호구역, 거북알 밀렵으로 훼손 위기

바다거북 (사진 몽가베이 제공)/뉴스펭귄

바다거북의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니카라과 태평양 연안 라 플로럴 야생보호구역에서 정치적 혼란을 틈타 지역 주민과 밀렵꾼들이 바다거북 둥지를 약탈하고 있다. 

환경전문매체 몬가베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야생보호구역에서 바다거북 2000마리의 둥지가 습격당했고, 최소 6마리 이상의 바다거북이 잔혹하게 살해됐다. 환경 및 과학 단체들은 현재 니카라과에서 정치적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어떤 사건보다도 규모가 크다고 비판했다.

니카라과 환경보호단체 파소 파시피고(Paso Pacífico)는 “밀렵꾼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잔인하다. 그들은 거북이를 며칠 동안 거꾸로 뒤집어 놓거나, 등껍질을 벗기거나, 머리를 찢어놓는다”라고 말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바다거북과 거북알 밀렵은 태평양 연안에서 오랜 관습이었으나, 지난해 여름에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니카라과 태평양 연안에선 바다거북의 고기를 먹는 전통이 없음에도 처음으로 바다거북의 사체가 발견됐다.

현존하는 8종의 바다거북 중 5종이 니카라과 해변에서 알을 낳는다. 멸종취약종 올리브리들리 바다거북과 장수거북이 제일 많다. 8~10월에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해안가로 올라오는데 이때를 ‘아라비타(the arribada)’라 부른다. 3, 4일 만에 8000여 마리가 몰릴 정도로 니카라과는 바다거북 주요 산란지다. 

환경자원부(MARENA)와 군대가 라 플로럴 해안을 보호해왔으나 지난해 4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후 군대와 경비대가 이동했다. 보호구역이 방치되면서 주민들이 해안가에 올라온 바다거북이의 둥지를 파헤친 뒤 알을 훔치고 있다. 

또한 정치·안보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환경보존 관련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시청이나 각 부처가 보호구역 순찰에 필요한 연료를 사기 위해 배정된 돈을 친정부 시위에 직원을 동원할 때 필요한 연료 구매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주르겐 게바라 생태연구기관 훔볼트 센터의 산업담당관은 “정치적 혼란에 빠지기 전에도 환경자연부는 자연보호구역과 해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그때에도 관리·감독 기관이 적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감시 부족은 자연 전체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바다거북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소식통은 “자연보호단체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자신과 가족의 위험을 피하고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대한 어떤 의견도 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며, 협박이나 보복이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7종 모두 연안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산란을 위해 해안가로 올라온 바다거북들 (사진 몽가베이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