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내 진동..." 동물 4천 마리 택배 상자에서 죽은 사건의 전말

  • 홍수현 기자
  • 2020.10.05 13:58
(사진 웨이보)/뉴스펭귄

반려동물 4000 마리가 택배 상자 안에서 폐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뉴스포털 시나 등 현지 언론은 최근 물류창고에서 택배 상자에 담긴 반려동물 1만 마리가 발견된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 4000여 마리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고 극히 일부만이 목숨을 건졌다.

사건은 지난달 22일 중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사진이 올라오며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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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장소는 중국 허난(河南)성 뤄허(漯河)시에 있는 둥싱(東興) 물류창고 단지로 택배 상자의 정체는 강아지,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반려동물로 밝혀졌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동물 숫자만 약 1만 마리에 이른다. 

동물들은 테이프가 칭칭 감긴 택배 상자 안에서 1주일 이상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4000마리가 넘는 동물이 물과 먹이를 먹지 못해 죽었고 일부는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알려지며 뤄허시 동물구조협회 '유토피아'와 많은 자원봉사자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구조에 참여한 관계자는 "동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모든 택배 상자를 하나씩 열어 반려동물의 생사를 확인했다"며 "허난성에 며칠간 비가 내렸던 탓에 사체 부패도 빠르게 진행돼 사방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모두 슬픔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작업으로 토끼 877마리, 햄스터 99마리 등 총 1074마리가 목숨을 건졌다. 대부분 생후 1개월 안팎인데다 상자에 갇혀있는 동안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살아있는 동물을 보호소로 옮겼고 일부는 시민들이 입양했다. 

상자에서 구조된 동물 (사진 웨이보)/뉴스펭귄

대체 어쩌다 이런 비극이 일어난 걸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살아있는 반려동물을 택배 상자에 담아 거래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검역을 거친 후 특수배달을 이용하는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암암리에 반려동물을 택배로 주고받는 일은 여전히 횡행 중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뤄허시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와 허난성 상추(尙丘)에 있는 펫샵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반려동물 택배를 가득 실은 트럭이 물류창고를 찾았지만, 창고에서는 택배의 정체를 알고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운전기사는 물류창고 몇 곳을 전전하다 결국 이곳에 던지고 도망간 것이다. 동물들은 상자에 갇힌 채 1주일 넘게 방치됐고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택배상자 일부에 특정 펫샵 상표가 붙어있어 수사가 진행중이나 펫샵은 "상표가 도용된 것 같다"며 부인하고 있다. 

방역 작업 중인 모습 (사진 웨이보)/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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