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몰아치는 태풍, 후쿠시마 앞바다는 안전한가
매년 몰아치는 태풍, 후쿠시마 앞바다는 안전한가
  • 남주원 기자
  • 승인 2020.10.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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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전경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 도쿄올림픽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20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이 유독 자주 들려오는 한해다.  

그도 그럴 것이 올여름 대한민국은 기록적인 장마와 연이어 오는 태풍을 견뎌내느라 참 힘겨웠다. 국내 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과 폭우가 쏟아붓는 등 기후재난이 잇따라 발생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전 세계가 기후재난과 질병으로 혼란한 가운데 올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1년 뒤로 연기됐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 시기가 동일본 대지진 10주년과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해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고로 인한 이미지 쇄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축구 시설 'J빌리지'에서 내년 3월 25일 시작된다"고 발표하면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안감을 종식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설명(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도쿄 올림픽 엠블럼 (사진 도쿄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뉴스펭귄

◇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낸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해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과 잇따른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하고 외부에서 지하수 및 빗물이 유입되면서 원전에서는 하루 평균 170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이하 ALPS)로 불리는 핵물질 정화 장치를 통해 처리한 뒤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규모는 지난 8월 20일 기준 총 1041개 탱크, 122만t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오는 2022년 8월이면 오염수 저장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태평양에 흘려보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 중이다. 원전의 완전 폐쇄까지 앞으로 30~4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양 방류는 기간(약 7년 4개월)과 비용(약 34억 엔, 한화 374억 원) 측면에서 가장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ALPS로 처리한 저장 오염수 중 70% 이상에서 방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농도가 기준치의 100~2만배에 달하는 것이 6%, 10~100배인 것이 15%, 5~10배인 것이 19%, 1~5배인 것이 3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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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exels)/뉴스펭귄

◇ 매년 몰아치는 태풍...후쿠시마는 안전한가

매년 여름 한국과 일본은 온국민이 '태풍'의 진로에 귀를 기울인다. 태풍은 폭풍우를 수반한 열대저기압으로 집중호우와 강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홍수, 산사태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후쿠시마는 어떨까. 후쿠시마에는 매년 두어 차례 태풍이 찾아오고 수십 명의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한다. 또 하천 범람, 주택 침수·파손, 정전 및 단수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는다. 

매년 태풍이 강타할 때마다 강풍과 폭우로 인한 재해가 반복되는데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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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물에 잠긴 후쿠시마현 도로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 태풍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사실이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통해 태풍으로 인한 후쿠시마 일대 방사성 물질의 이동과 재오염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는 지난해 10월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를 기준으로 3주에 걸쳐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조사를 진행했다. 하기비스는 최근 100년 간 일본을 덮친 최악의 태풍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린피스는 조사결과 태풍 하기비스 영향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방사성 오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체는 "산림, 경사지, 범람원에 축적된 방사성 세슘이 대규모 폭우, 태풍 등으로 이동해 하류 지역에 퇴적되고, 그곳에 머물며 장기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방사성 오염이 적은 지역, 제염이 이미 완료된 지역도 다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우는 후쿠시마 산림 지역의 세슘 방출률을 1~2단계 정도 높일 수 있다"면서 "지난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 산림 지역에 쌓인 방사성 물질(주로 세슘)은 하류 오염의 장기적인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고서는 폭우와 태풍으로 숲과 밭에서 오염 미립자와 유기물이 유입돼,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방사성 세슘이 호수와 해안 생태계로 계속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태풍과 함께 사라지다' 소리소문 없이 유실된 블랙피라미드  

종합편성채널 JTBC는 지난해 11월 그린피스와 함께 일본 후쿠시마에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일명 '블랙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수많은 방사능 제염토가 유실된 상황을 취재해 보도했다.

방사능 제염토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거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긁어낸 토양을 검은 봉투에 담아 보관하고 있는데, 그 수가 무수히 많아 피라미드처럼 쌓이게 되자 블랙피라미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상 속 블랙피라미드는 폭우로 인해 사이사이 물이 가득 들어찼고 제염토를 담은 검은 봉투는 곳곳이 찢겨져 있다. 그린피스는 당시 제염토 봉투 2500여 개가 하천으로 떠내려 가면서 유실됐다고 밝혔다. 결국 이 방사능 무더기들은 후쿠시마 앞바다, 즉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태풍은 해수를 뒤섞고 순환시킨다. 방사능 제염토가 그대로 흘러들어 간 원전 앞바다에는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는데,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이 해류는 북태평양 지역 연안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회귀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동해와 남해가 바로 이 해류 영향권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안전하니 수입하라"며 한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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