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흔하디 흔한' 고라니, 전 세계적으론 ‘초희귀종’

  • 채석원 기자
  • 2019.02.18 16:10

1980년대 전후 야생의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멸종... 결국 '종의 다양성'이라는 균형 깨져 고라니 개체 수 늘어난 것
하지만 한 해 20만 마리 이상 사라지고 있어 '흔한 동물'로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는 없을 터

중국 CCTV가 네이멍구 동남부에 위치한 커스커텅치 황강량 자연 보호구역에서 고라니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CCTV 캡처)/뉴스펭귄
'뱀파이어'처럼 생긴 고라니 (사진 '해외커뮤니티')/뉴스펭귄

고라니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선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라니는 세계적으로도 한국과 중국에만 서식하는 희귀동물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고라니를 2급 국가 보호 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에서 야생 고라니 수백 마리가 떼 지어 몰려다니는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 CCTV는 네이멍구 동남부에 위치한 커스커텅치 황강량 자연 보호구역에서 고라니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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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 산림공안국 직원은 CCTV 인터뷰에서 “(고라니는) 보통 이른 아침과 밤에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면서 “천적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 했다.

현재 중국에는 3000여 마리의 고라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다가 당국의 보호 노력으로 그나마 수가 늘었다.

이렇게 귀하디귀한 고라니가 어쩌다가 한국에서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사향노루를 제외하면 한반도의 사슴류에서 가장 작은 고라니의 개체수가 늘어난 건 1980년대 전후로 얼마 되지 않는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에 따르면 야생의 호랑이, 표범, 늑대가 멸종에 이르면서 고라니나 멧돼지 등의 개체수가 늘어났다. 대륙사슴을 포함한 경쟁자들이 멸종한 것도 고라니의 개체수가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종의 다양성이라는 균형이 깨지자 고라니 수가 늘어난 것이다.

김백준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최소 10만 마리에서 최대 75만 마리의 고라니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라니가 계속해서 ‘흔한 동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김 선임연구원은 “한 연구에 따르면, 수렵과 유해야생동물 구제로 한 해 약 10만 마리의 고라니가 사냥되고 있다. 또한 한 해 6만 마리 이상이 로드킬로 죽는 것으로 나타나 종합적으로 보면 최소 16만 마리에 이른다. 여기에 밀렵으로 죽는 고라니 수를 추가한다면 아마도 한 해 20만 마리 이상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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