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려드려요" 모기를 위한 인공 피부가 나왔다

  • 홍수현 기자
  • 2020.09.29 11:53
모기 소리에 도통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윙~'

낮게 귓가를 스치는 모기소리는 단잠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애써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에 빠져드는 찰나, 또다시 '위잉~'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결국 일어나 두리번거리며 찾아봐도 이번에는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귀찮은 녀석이 바로 모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200종이 넘는 모기가 전염병을 옮긴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 바이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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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로 인한 전염병을 연구하기 위해 모기에 '물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선행돼야하는 과정이다. 병균에 감염된 개체에 직접 물리는 것은 안전성과 윤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됐다. 이에 연구자들이 모기에 물려도 안전하고 모기의 습성을 관찰할 수 있는 인공 피부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펠릭스 홀(Felix JH Hol) 생명공학 학자는 과학저널 '이라이프(E-life)' 9월호에 '바이트 제로 스코프(Bite0scope)'라고 명명한 인공 피부 실험 장치를 소개했다. 

홀은 "모기를 연구할 때 마땅한 게 없어 사람을 미끼로 쓸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실험에 한계가 있다"며 "감염된 모기는 실험에 쓸 수 없을뿐더러, 모기가 어디서 피를 빨 것인지 선택하고 피부를 뚫어 혈액을 흡입하는 과정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개발 동기를 밝혔다. 

실제 모기가 말라리아 등에 감염되면 피를 빠는 횟수나 양이 일반 개체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된 모기를 실험에 쓸 수 없는 탓에 정확한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자들이 고안한 인공 피부 실험 장치 구조 (사진 E Life)/뉴스펭귄

이번에 공개된 인공 피부 실험 장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바닥이 투명한 상자에 사람 체온과 동일한 온도의 인공 혈액을 넣고 그 위를 탄력 있는 피부막으로 덮는다. 바닥 밑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인공 피부에 내려앉아 혈액을 빠는 모기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장치를 통해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옮기는 모기 4종을 분석한 결과 흡혈 행동에 특이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루이 람브레히츠(Louis Lambrechts)는 "모기들은 피를 빨 곳을 찾다가 여의치 않으면 즉시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 기피제(퇴치제)를 뿌렸을 때, 모기는 그것을 냄새가 아닌 자신의 발로 감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알렸다. 인공 피부에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실험했을 때 모기는 전혀 거리낌 없이 피부에 내려앉았으나 곧장 날아가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모기 발에 달린 억센 털로 기피제 성분을 감지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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