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 최초 '민간자연보호구역' 조성

  • 김해윤 인턴기자
  • 2019.02.17 12:00

그랜드보이스산 일대 1만2000에이커 규모…멸종위기종 비롯 68종 척추동물 서식

멸종위기종 청개구리 (사진 Global Wildlife Conservation 제공)/뉴스펭귄

환경보호단체들의 노력으로 아이티에서 최초로 1만2000에이커(1에이커=약 1224평)에 이르는 '민간자연보호구역'이 조성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68종의 척추동물의 서식지다. 동·식물 대부분이 아이티에서만 발견되는 특산종으로 밝혀졌다.

마더네이쳐네트워크와 몬가베이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 있는 국제자연보호단체인 지구야생생물보전(GWC)이 '아이티 네셔널트러스트(HNT)' 및 ‘레인포레스트 트러스트’와 협력해 아이티 남서부에 있는 그랜드보이스(Grand Bois)산 일대를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들 예정이다.

아이티는 건축 자재 생산, 화전 농업, 숯 생산 등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전체 숲의 1퍼센트밖에 남지 않았고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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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아이티의 숲을 연구한 블레어 헤지스 템플대 교수 연구팀은 그랜드보이스산이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 보존 중요지역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헤지스 교수와 필립 바야드 소이에테오듀본아이티(SAH) 대표는 아이티의 야생동물과 황무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숲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 결과, 2015년 그랜드보이스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공원 내부에서 심각한 벌채가 이뤄졌고 산림은 황폐해졌다.

헤지스 교수는 “국립공원의 설립이 실질적인 숲의 보호와 관리로 이어지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헤지스 교수와 필립 바야드 대표는 아이티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HNT를 설립했다. 아이티는 국립공원도 사유지로 매입이 가능해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헤지스 교수는 “아쉽게도 아이티에서 환경 보전에 대한 노력은 설득력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현재 보호지역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민간자연보호구역을 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GWC와 레인포레스트 트러스트와 파트너십을 맺어 사유지 구매자금과 관리비를 마련했다. 정부와의 긴 협상을 통해 지난 1월 18일 토지 매입을 완료했다. 

웨스트 젝트 GWC 대표는 “우리는 아이티의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수 세기 동안 규제되지 않은 환경 파괴의 물결을 바꾸고 당장 보존이 필요한 곳을 직접 보호, 관리, 복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민간자연보호구역은 환경보호단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관리할 예정이다. 지역사회는 나무 심기, 토지 관리와 경비 등을 맡는다. 

헤지스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아이티 주요 숲의 모든 나무 벌채를 막는 것”이라며 “해당 숲이 이미 국립공원 같은 공유지라면, 우리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서 아이티 정부를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공원이든 민간자연보호구역이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어떻게 관리되는지다. 무분별한 벌채를 멈추지 않으면 10~20년 사이에 숲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랜드보이스산은 마시프 드 라 핫테산맥 일부로 양서류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다. 헤지스 교수와 바야드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2차례 탐사를 통해 멸종위기 양서류 19종을 발견했다. 이 중에는 연구자들이 이미 멸종했다고 생각했던 ‘티브론청개구리’와 처음 발견한 개구리 2종이 포함된다. 

그랜드보이스산 (사진 Global Wildlife Conservation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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