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이 숨겨온 '정령곰'이 위태롭다

  • 임병선 기자
  • 2020.09.16 08:00
커모드곰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캐나다에 사는 신비로운 흰색 정령곰이 몇 마리 남지 않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에는 '흰 곰'이 산다. 튼실한 몸과 흰 털을 가진 이 곰은 유전질환인 알비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북극곰도 아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커모드곰(학명 Ursus americanus kermodei)이다. 커모드곰이라는 명칭은 학자 프랭크 커모드(Frank Kermode) 이름을 딴 것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정령곰(Spirit bear)'이라고 부르며 원주민들은 '모크스몰(moksgm'ol)'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원주민들은 커모드곰을 신성한 동물로 여겨 왔다. 원주민 고대 전설에는 창조자가 인간에게 마지막 빙하기를 상기시키기 위해 흑곰 10마리 중 1마리를 흰 곰으로 바꿨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19세기 원주민들은 모피 상인으로부터 커모드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를 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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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정령곰은 브리티시컬럼비아 그레이트베어 우림(Great Bear Rainforest)에만 100마리~500마리가 남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원주민 단체 키타수 자이사이스 퍼스트네이션(Kitasoo/Xaixais First Nation)과 빅토리아대(University of Victoria) 연구진이 8년 간 커모드곰 서식지에서 털 샘플을 수집해 얻은 결과로 올해 1월 발표됐다.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커모드곰은 미 대륙에 서식하는 흑곰의 아종으로, 흰색 털로 덮이는 유전자가 발현된 경우다. 흑곰이든 커모드곰이든 부모 곰 둘 다 흰 털이 나는 유전자를 가져야만 흰 곰을 낳을 수 있다. 흑곰 2마리 사이에서 커모드곰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사라질 확률이 이전 연구결과에 비해 50%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흑곰 (사진 Chris Parker - flickr)/뉴스펭귄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이들은 커모드곰 멸종 위협 요소도 조사했다. 커모드곰은 평소 과일, 열매, 견과류, 풀, 곤충, 새끼 사슴 등을 먹지만 겨울잠 전 살을 찌우려 알을 밴 태평양연어를 잡아먹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평양연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커모드곰도 위기를 맞았다. 퍼스트네이션 측 관계자 더글러스 니슬로스(Douglas Neasloss)는 "1990년대 이후, 브리티시컬럼비아 태평양연어 개체수는 이전에 비해 80% 감소했다"고 말했다.

(사진 Maximilian Helm - flickr)/뉴스펭귄

원주민 단체는 커모드곰 유일한 서식지인 그레이트 베어 우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그레이트 베어 우림 대부분이 2016년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원주민들은 정부가 이 숲에서 흑곰을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흑곰은 커모드곰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흑곰 사냥을 멈춰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 Maximilian Helm - flickr)/뉴스펭귄

커모드곰이나 흑곰보다 덩치가 큰 회색곰이 먹이 부족으로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멸종 위협 요인 중 하나다. 회색곰은 원래 그레이트 베어 우림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커모드곰 서식지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회색곰 (사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뉴스펭귄

곰 연구가 크리스티나 서비스(Christina Service)는 수컷 커모드곰은 몸무게 200kg, 몸길이 190cm까지 자라며 수명은 25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사진 Kyle Smith -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사진 Spirit Bear Lodge)/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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