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달팽이를 잡아먹는다고!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09.15 09:54

어두컴컴한 밤, 하늘엔 별들이 반짝이고 숲속에서는 별처럼 빛나는 반딧불이 세상이 펼쳐진다. 첩첩산중 골짜기에서 적막한 어둠을 가르고 리듬에 맞춰 춤추듯 오르내리는 늦반딧불이의 마법 같은 ‘빛의 향연’이 시작되는 것. 곤충 천국인 강원도 횡성 깊은 산 속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즐기는 하늘과 별과 반딧불이는 밤새워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낭만, 그 자체. 

늦반딧불이의 비행(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늦반딧불이는 반딧불이 중에서 가장 늦게 출현해 붙여진 이름이며 속명으로 널리 사용되는 ‘개똥벌레’는 늦반딧불이 애벌레를 이르는 말이다. 옛날, 집 주변에 개똥이나 닭똥 같은 동물 배설물과 짚, 낙엽, 쓰레기를 퇴비로 사용하기 위해 쌓아놓았던 축축한 두엄더미 위에서 빛을 내며 다니는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행동 특성을 아주 정확하게 묘사한 이름이다.

각종 짐승의 배설물과 함께 낙엽 썩어가는 두엄더미는 축축한 습도뿐만 아니라 썩은 풀은 달팽이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그런 달팽이를 쫓아 온 늦반딧불이 애벌레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이들을 쫓고 있는 삶의 현장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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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 애벌레 발광(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왜 축축하고 지저분한 두엄더미를 굳이 찾아다니는 걸까?

하늘의 반짝이는 별보다 더 가까이, 손에 잡히는 별을 보며 황홀한 기분에 넋을 잃고, 반짝이는 형광색 빛의 애벌레를 쫓으며 가장 신비로운 자연 현상에 빨려들다가 깜짝 놀라게 되는 대목이다. 

늦반딧불이 짝짓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늦반딧불이 애벌레가 달팽이를 먹는다. 달팽이 입장에서는, 습도가 높고 먹이가 풍부해 기껏 찾았던 풀숲에서 천적을 만난 것.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보호하지만 조그만 구멍으로 파고 들어오는 반딧불이 애벌레가 집요하다.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달팽이 포식

하얀 점액을 분비하며 출입구인 각구(殼口)를 막으려 몸부림을 치지만 소용없다.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 결국은 더듬이와 눈을 물리고 방어벽이 무너졌다. 딱딱한 껍질 속에서 편안히 살아갈 것 같았던 달팽이 삶도 이처럼 파란만장하다. 

달팽이의 좁은 출입구로 들어오기 위해 머리의 폭을 최대한 줄인 늦반딧불이 애벌레는 달팽이만을 먹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 셈이다. 체액을 모두 빨아 먹힌 달팽이는 빈 껍질만 남았다. 자연의 이치.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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