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숨 쉬게 한 곳은 대기가 아니라 '대양'이었다

  • 권오경 기자
  • 2019.04.04 16:35

25억만년 전 ‘대산화사건’ 이전부터 대양 깊은 곳에서 산소화 진행

 
산소(O₂)의 기원이 깊은 바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지구 대양의 산소화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사진=ASU 채들린 오스트랜더)

산소(O₂)의 기원이 깊은 바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지구 대양의 산소화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은 지구 산소의 뿌리가 대기가 아닌 대양이라는 미국 연구팀의 연구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그동안 학계에선 O₂가 약 25억~23억년 전 발생한 '대산화사건(GOE·Great Oxidation Event)'을 겪으면서 대기에 집적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O₂의 뿌리가 대양이라고 밝힌 연구결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GOE 이전 광합성을 하는 물속의 박테리아가 햇빛을 이용해 당을 만들면서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고 주장한 연구도 있으나, 이마저 아주 얕은 바다에서만 존재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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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의 지구·우주탐사 대학원 연구팀은 산소화가 훨씬 더 깊은 바다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호주 서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맥레셰일산에서 25억년 된 해양 퇴적암인 셰일(shale)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셰일은 고대 바다의 해저에서 침전물이 쌓여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생성 당시 바다의 화학적 지문을 갖고 있을 수 있어 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은 셰일 샘플을 녹여 주요 성분을 분리한 뒤 질량분석기로 동위원소 구성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연구팀은 셰일에서 처음으로 탈륨(Thallium)과 모릴브데넘(Molybdenum) 동위원소를 동시에 탐지했다. 이번 논문의 저자이자 ASU에서 지구·우주탐사 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채들린 오스트랜더는 “이는 당시 고대 바다의 광범위한 해저에 산화망가니즈 광물이 묻히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런 일이 진행되려면 O₂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O₂가 대기에 집적되기 훨씬 전부터 대양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쌓여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O₂의 집적이 대양 표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훨씬 더 넓고 깊은 해저에서도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ASU 지구·우주탐사 대학원 아리엘 안바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 산소화의 시작점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O₂가 집적하기 시작한 장소와 시기를 알았으니 다음은 왜 그런 집적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대기 중에 O₂가 집적되기 오래전부터 대양에는 O₂를 방출하는 박테리아가 번성했으며 어떤 변화가 대기 중 집적을 가져왔는지 규명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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