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마와 미국 산불, 그리고 기후위기

  • 임병선 기자
  • 2020.09.14 16:22
장기간 지속된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유람선 선착장 시설물들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 뉴스핌)/뉴스펭귄

최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와 기후위기 간 관계가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여름, 한반도 중부지방 기준으로 54일 간 계속된 장마가 찾아왔다. 이는 현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장마기간 동안 총 강수량은 전국 평균 686.9mm, 중부지방 851.7mm, 남부지방 566.5mm 등으로 측정됐다.  

기상청은 이런 장마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극과 시베리아가 평년에 비해 높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이 지역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밀려내려 오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 대기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던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이 줄어들면서 일찌감치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던 정체전선(기상청이 권장하는 장마전선의 새로운 표현)이 한반도에 머무르며 비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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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일 한반도 장마기간 중 촬영된 사진 (사진 Anton Strogonoff - flickr)/뉴스펭귄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과 기후변화 간 연관성도 드러났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태평양 고기압 변화로 인해 올해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 등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경로로 찾아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는 기후변화만 태풍 경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북태평양 고기압 변화 추세가 뚜렷해 앞으로도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에는 최근 대형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개빈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최근 산불이 휩쓴 지역을 방문해 미국 산불이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고 선언했다. 이는 최근 미국 서부 산불이 기후변화에 의한 고온현상 때문이라는 몇몇 과학자들 의견과 궤를 같이한다.

오리건주에서 포착된 산불 (사진 오리건 교통국)/뉴스펭귄
캘리포니아주 산불 진화 작업 (사진 미국 산림청)/뉴스펭귄

한편, 기후변화와 올해 한반도 장마 간 관계에 대해서는 기상청과 상반된 의견도 있다. 박태원 전남대 교수는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강수량을 높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후변화는 매우 장기적인 개념인데 올해 북극과 시베리아 이상 고온현상은 단기적 기상현상이기 때문에 두 상황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난달 20일 한국일보에 말했다. 

국내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도 최근 연구결과에서 올해 장마는 기후변화보다는 한반도 상공 대기 불안정성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이상 기상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에둘러 설명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기상이변 정도나 빈도가 점점 심해지고 잦아드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전체 기후 및 기상 메커니즘에 모종의 특이점을 자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매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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