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유발하는 인류...“문명, 타살 아닌 자살로 멸망”

  • 송철호 기자
  • 2019.06.20 17:54

2019 과총-한국방재학회 공동 포럼 개최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 이해’ 주제

 
‘2019 과총-한국방재학회 공동 포럼’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뉴스펭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20일 오후 2시부터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 이해’를 주제로 한국방재학회와 함께 ‘2019 과총-한국방재학회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최근 3년 연속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지구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북태평양 허리케인의 위력이 강해지고 발생 시기가 빨라지는 현상에 대해 미국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대기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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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염 역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도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에 의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미 2001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피해가 1950년대 매년 30억달러에서 21세기에는 매년 1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심지어 2013년 세계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IPCC 예상치의 2배인 연간 2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면서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치를 1.5℃로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대응 과제가 담긴 특별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승인되기도 했다.

이에 과총과 한국방재학회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 부문에서 대대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사회적·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이고 효과적인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은 이날 “예전에는 7월초 쯤 무더위가 시작됐던 것 같은데 올해는 이미 6월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있을 정도”라며 “낮에는 냉방기를 켜고 밤에는 난방기를 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우리 인류가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로 많은 생명들이 죽고 재산피해도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물론, 동식물과 생태계에 살아있는 모든 것, 심지어 살아있지 않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기후변화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송철호 기자)/뉴스펭귄
포럼 본 행사에 앞서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뉴스펭귄

이날 포럼에서는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가 ‘기술-사회-경제 상호작용으로 바라본 기후변화와 문명’,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기후변화 RISK 인문학’,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기후변화와 적응을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홍 교수는 “압도적인 기후 변화의 시기였던 ‘홀로세’ 시대의 인류는 기후변화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이었는데 그 시작은 대략 구석기시대부터 였다”며 “그 이후에 기온이 안정화돼서 로마, 중세 시대에 따뜻한 시기를 거쳐 지금 또 다시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인류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현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른다. 인구이동으로 인해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그 도시화로 인해 또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유럽의 중세, 우리나라의 병자호란 시기에 ‘소빙하기’가 지구에 도래했다. 당시 곡물의 가격이 급등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유럽의 경우 추위를 견디기 위해 건축 양식도 고딕에서 창문이 작아지는 형태인 바로크 양식으로 바뀌었다. 기후변화, 특히 가뭄으로 인해 도시 문명이 쇠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속적인 도시화로 현재 전 세계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이 130만명이다.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90%가 도시에 산다.

물론 이런 도시화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지 않으면서 자연재해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하지만 통신 및 운송에 따른 취약성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 이러한 취약성 증가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기후변화가 다시 도시의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순환구조(침수, 폭염, 폭우 등)를 보인다.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송철호 기자) 

홍 교수는 “대부분의 문명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의 형태로 멸망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따뜻하거나 더운 밤낮의 빈도가 증가하면 난방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냉방 에너지 수요가 증가해 대기질이 악화되며 겨울철 교통사고는 감소하고 겨울철 관광산업에 영향을 주는 등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의 문명 전반에 걸쳐 큰 연관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PCC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 적응 연구는 최근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영향 예측에 대한 자료는 인간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극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3년간(1880~2012년) 세계 평균 기온은 0.85℃ 상승되고 금세기 말(2081~2100년) 평균 온도는 3.7℃ 상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감축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향후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 영향은 잔존할 것이라는 연구결과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결국 기후변화 적응은 ‘감축’과는 달리 지역의 역할과 상향식 접근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으며 이를 위한 해법으로 그동안 향상된 지역자원 관리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다.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철호 기자)/뉴스펭귄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 흐름에서 기후변화 적응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지역단위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 자원의 영향과 피해 등의 계량화가 필요하고 지역 자원의 사회경제적 피해 및 손실 저감을 고려한 목표지향적 자원관리 전략 도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지역현황과 특성을 고려한 자원과 장소 중심적 접근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세부대책 주제를 고려해 지역발전과 연계한 다양한 대상 및 대상자 우선순위 마련방안을 도입하고 지역 자원 활용 및 관리특성을 고려해 적응대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 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에서는 이동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을 좌장으로 강정은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성우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이병재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과총 관계자는 “극심한 기후변화는 환경과 경제를 넘어 사회·문화적 측면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을 확대하고 그에 따른 복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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