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를 여는 기쁨과 슬픔

  • 김형수 기자
  • 2019.09.29 05:40
견과류 봉투가 택배 상자를 가득 채웠다. (김형수 기자)/뉴스펭귄 
아버지보다 반가운 사람이 택배기사라는 우스개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택배상자를 열다보면 마음이 편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주문한 뒤 빠르면 하루, 길어 봐야 이틀이나 사흘이면 필요했던 물건을 받아볼 수 있으니 삶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지구는 병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이번주에 배송된 택배상자에는 주문한 견과류가 가득 들어있는 봉투가 빼곡하게 상자를 채우고 있었지만 커다란 택배상자에 작은 물건 하나가 달랑 포장돼 배송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 빈공간을 채우기 위해 택배상자에 들어간 완충재도 종종 마주칩니다.

겉으로 보기엔 잘 맞춘 퍼즐조각처럼 택배상자들이 빼곡하게 차있는 택배트럭의 짐칸을 보면서도 물음표가 떠오르는 까닭입니다. 택배상자 속 빈 공간을 생각해보면 택배트럭은 상당량의 공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그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다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총알배송’, ‘새벽배송’, ‘로켓배송’ 같은 서비스가 줄줄이 나오는 등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이 달아올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상자를 골라 차곡차곡 채우기보다는 커다란 상자에 물건을 얼른 넣은 뒤 완충재를 쑤셔넣는 게 포장 속도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일테니까요. 쓸데없이 큰 상자와 완충재라는, 신경써서 상자에 물건을 포장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쓰레기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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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배송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포장재를 쓰겠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를 종이 상자로 바꾸고, 100% 물로 속을 채운 아이스팩을 쓰겠다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배송 포장재를 무엇으로 만들지도 물론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택배상자 속  빈 공간을 줄일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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