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자전거 쓰레기...거꾸로 가는 서울시 친환경정책

  • 김동수 기자
  • 2019.11.26 11:08

서울시, 자전거 정책 투자 늘렸으나 방치 자전거는 여전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17,255대의 자전거 수거...방치자전거 수거 '답보'상태

 
지난 25일 저녁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가 쓰레기로 가득하다. (김동수 기자) /뉴스펭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하는 한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통해 녹색교통 수단인 자전거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정작 방치 자전거 처리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미관은 물론 방치 자전거 주위가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등 환경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인구는 1300만명.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이용횟수도 2016년 161만6000여건에서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209만2400여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는 따릉이 수요 증가에 따른 적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3억원을 투입, ‘자전거 고속도로’의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는 등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정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자전거 관련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방치된 자전거를 제대로 수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방치된 자전거 바구니에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고 사람들이 그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거리의 쓰레기통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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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인도에 안장이 없는 방치 자전거가 버려져 있다. (김동수 기자) /뉴스펭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모두 3만3508대의 방치 자전거가 수거됐다. 2016년 2만7571대, 2017년 3만3731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서울시에서 수거 된 방치 자전거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1만7255대의 자전거가 수거 됐으나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소 인근 자전거 거치대 등에서 방치된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비교적 잘 수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치자전거는 점검(단속) 후 이동권고(10일)하고 수거 후 처분 공고(14일) 및 처분(매각, 기증)한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소 인근에 보이는 방치 자전거는 수거하는 사이 방치된 또 다른 자전거라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지난 25일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인근이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김동수 기자) /뉴스펭귄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다. 취재팀이 지난 25일 저녁 퇴근 시간에 실제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소 인근 자전거 거치대를 살펴봤다. 서울시 구로구와 동작구, 관악구 등 모두 3개의 자치구에 방치 자전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비교적 잘 수거 되고 있다는 말과 달리 직접 찾아보니 곳곳에 안장이 없거나 바퀴가 빠져 있는 자전거가 방치돼 있었다. 프레임이 갈색으로 변색돼 녹이 떨어지는 자전거 역시 쉽게 눈에 띄었다. 주위에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자전거 거치대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의 안전펜스 여기저기에 흉물스러운 자전거가 바퀴가 빠진 채 방치됐다.

 
지난 25일 바퀴가 빠진 방치자전거가 안전펜스에 묶여 있었다.(김동수기자)/뉴스펭귄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자전거등록제도입을 위한 학술용역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국가에서 정책이 강제화 되지 않아 답보 상태다. 내부에서 논의 계속 중이지만 당분간 새로운 개선책은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방치 자전거 여부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며 “실제 자전거가 10일 이상 방치된 것인지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에코AS제도라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유사한 개선책을 검토했으나 제한 사항이 있어 당분간 도입은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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