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록색 옷 입은 ‘2019 서울 카페쇼’

  • 김형수 기자
  • 2019.11.07 15:10
'서울 카페쇼' 전시장 곳곳에는 텀블러 등을 세척할 수 있는 워싱존이 조성됐다. (김형수 기자)/뉴스펭귄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서울 카페쇼’에 올해는 초록빛이 더해졌다.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친환경’이 커피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7일 오전 서울카페쇼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입구 옆에 설치된 낯선 형태의 기기가 눈에 들어왔다. 텀블러나 머그컵 등을 뒤집어서 꾹 누르면 자동으로 내부가 세척되는 장치가 설치된 ‘워싱존’이다. 바나 카페 카운터 너머로 봤던 이 기기는 전시장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시회 관람객들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시음해보며 쓰게 될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텀블러 등 개인컵을 들고 전시회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일회용 컵 대신 들고온 다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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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해 서울카페쇼에서는 네스프레소, G-PRESSO를 비롯한 20개 업체와 손잡고 친환경을 실천하는 ‘그린부스’도 시범 운영된다. 부스 입구에 친환경 실천 서약서를 게시하고, 사탕수수로 제작한 생분해 시음컵을 쓴다. 방문객에게 나눠주는 홍보물도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에코프로젝트 ‘땡큐, 커피’의 일환이다.

워싱존에서 텀블러를 세척하는 모습 (김형수 기자)/뉴스펭귄

서울카페쇼 관계자는 “UN의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는 커피 업계에서도 주요 관심사”라며 “세계적 커피 전문 전시회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행사기간 친환경 프로젝트 ‘땡큐커피’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고 전했다.  

환경친화적 소재로 만든 빨대, 나이프, 포크 등을 소개하는 업체들의 부스도 전시회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환경부가 커피전문점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움직임이 확대되자 커피업계에서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옥수수, 벼 등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재료로 만든 PLA 수지로 다양한 생분해성 빨대를 생산하는 디앙의 김지현 대표는 “작년에는 다른 업체 부스에 테이블 하나 놓고 참가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며 “그래서 올해는 단독 부스를 운영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올해 다양한 길이의 커피용과 스무디용 생분해성 빨대를 들고나왔다. 아이스 음료용으로 개발된 빨대로, 아주 뜨거운 음료에는 사용하기 어렵지만 60도 정도의 차 정도는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디앙을 운영하는 동일프라텍은 지난 9월 빨대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환경부에서 환경표지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커피베이 직영점, JYP 사옥에 자리한 유기농 카페 소울컵 등에 납품하고 있다. 김지현 대표는 “다른 업체의 종이빨대와 달리 플라스틱 빨대와 감촉이 거의 흡사한 데다, 장시간 물 안에 있어도 흐물거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디앙은 '서울 카페쇼'에서 생분해성 빨대를 선보인다 (김형수 기자)/뉴스펭귄

이밖에도 PLA 소재 빨대와 나무 소재 포크・스푼・나이프・커피스틱 등을 개발한 녹차원, PLA 소재 아이스컵・사탕수수 종이컵・파스타면 커피스틱・재생지 테이크아웃컵 캐리어 등을 생산하는 리와인드 등이 올해 서울 카페쇼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중이다. 

리와인드는 분해되는 데 450년이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달리 PLA 수지로 만든 제품은 180일이면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뒤에는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생산-사용-폐기’ 과정을 거쳐 환경을 해치는 플라스틱과 달리 ‘생산-사용-폐기-원료-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용 제한 대상으로 지목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니면 환경을 생각하는 업체가, 비용 문제도 떠안고 환경친화적 대체품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와인드 관계자는 “전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하려면 원료비만 플락스틱 제품에 비해 3배가량 더 든다”고 했다.

김지현 대표는 “플라스틱 빨대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 가맹점주들이 꺼려하는 경우도 있어 좀 힘들다”며 “그래도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지닌 카페 점주들이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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