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 흥행돌풍...실제 ‘백두산 화산’ 폭발한다면?

  • 송철호 기자
  • 2019.12.30 13:46

전문가 “인근 피해 상상초월...남한 피해는 제한적”
인근 지역 초토화...직접 영향 범위 안 동식물 전멸

 
실존하는 한반도 활화산인 백두산. (사진 석동률 제공)/뉴스펭귄

영화 백두산이 관객 수 500만을 돌파하면서 흥행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산이나 지진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화는 실존하는 한반도 대표 활화산인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영화는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지진으로 인해 서울 강남대로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는 등 남한지역 기반시설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팔당댐이 무너져 엄청난 물 피해까지 본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데다 1~2차 폭발만으로 북한지역은 물론 남한지역까지 초토화되는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 속 설정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백두산이 아무리 강하게 폭발한다 해도 서울이 이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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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백두산 화산 폭발 후 규모 7이 넘는 강력한 지진이 평양을 강타하고 뒤이어 서울을 강타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실제 규모 7이 훌쩍 넘는 강력한 지진이 백두산 쪽에서 발생하더라도 영화 속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이어 “지진이 발생한 위치를 진원지라고 하는데 당연히 진원지와 멀어질수록 지진 진동 세기가 급격하게 약해진다”며 “백두산과 남한지역은 아무리 가까워도 48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백두산 지진으로 인해 남한지역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규모 3을 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는 또한 핵무기를 이용해 백두산 마그마 방에 구멍을 내면 마그마 압력이 낮아져 백두산 추가 대폭발을 막을 수 있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오히려 핵폭발이 주변에 있는 안정적인 마그마까지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팀은 “북한 지하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이 마그마 방의 압력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기포가 발생하면 부력에 의해 마그마가 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 밝힌 바 있다.

실제 땅 속에 물을 주입하는 작업만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데 아예 핵무기를 사용해 폭발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혹시 이 시도로 다행스럽게 백두산 마그마 압력을 낮췄다 해도 인근 지역 마그마에 뜨거운 마그마가 유입될 경우 다른 화산 폭발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것.

영화 백두산의 한 장면. (사진 스틸컷)/뉴스펭귄

◇ 과거 화산 사례와 현재 대응능력

백두산(북위 41.98°, 동경 128.08°, 높이 2744m)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던 화산은 맞다. 특히 고려시대인 946∼947년에 대규모 분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화산분출물 양은 83∼11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702년 6월 3일(숙종 28년) 함경도 부령 및 경성에서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했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한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 가량 됐다는 것.
 
2000년대 이후 백두산 화산활동(2002~2006년 기상청 관측)을 살펴보면, 2003년 6월부터 미소지진 발생이 급증해 2006년까지 이어졌다. 또한 화산가스 일부 분출로 인한 식생 고사현상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고 화산사면 경사가 증가해 연 3㎜ 정도 지표가 상승했다. 백두산이 여전히 활화산이라는 증거다.

기상청은 지진과 화산 관측을 위해 전국에 264개소 지진관측소를 설치·운영하고 있고 지진해일 관측을 위해 울릉도 초음파식 해일파고계와 연안방재관측시스템, 국립해양조사원 조위관측소를 공동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백두산 화산분화와 대규모 인공지진을 관측하기 위해 철원과 양구에 공중음파관측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지진해일 조기 관측 및 분석 정확도 향상을 위해 일본, 중국과 지진관측 자료도 공유하고 있다.

국가 지진관측망도. (자료 기상청 제공)/뉴스펭귄

◇ 그래도 폭발한다면 피해는?

백두산 화산이 폭발(영화 수준)하면 우선 영화에서 잘 표현했듯 마그마가 분출되고 인근 지역은 초토화된다. 실제로 남한지역에서 영화처럼은 아니지만 지진과 진동을 경험할 수 있고 당연히 크고 작은 지진피해가 있을 수 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 맨틀의 고온으로 지각이 녹아 마그마가 생성되고 마그마 방이 형성된다. 주변보다 낮은 밀도로 마그마가 상승(백두산 지하 10㎞ 지점부터 차례로 총 4개 마그마 방 위치)하는데, 지각의 약한 부분을 따라 상승한 마그마 분출로 대폭발이 시작된다. 특히 천지 물과 만나 순간적으로 급냉 및 부피 팽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폭발로 화산가스 및 화쇄류가 발생(다량의 화산재와 부석)해 직접 영향 범위 안 동식물이 전멸하게 되고 이후 수증기(가스) 생성으로 폭우(산성비)가 내리고 인체 질병, 수중 생태계 파괴, 농장물 생산성 저하, 역사적 유물 등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 정도로 발생하게 된다.

용암류(화구에서 유출된 용암)는 15㎞ 반경, 화쇄류(화산재, 연기, 암석 등이 뒤섞인 구름이 고속으로 분출)는 60㎞ 반경, 암설류(암석편, 토양, 진흙과 같은 쇄설물 이동)는 100㎞ 이내, 이류(대량의 진흙 흐름)는 180㎞ 이상 피해를 주게 된다.

유상진 과장은 “북한지역을 비롯해 중국 접경지역까지 인근지역은 당연히 직접 피해를 겪게 되는데, 특히 용암분출 등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남한지역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지진이든, 용암이든 직접적 피해는 일단 없다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과장은 또한 “혹시 화산재가 남한지역까지 날아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편서풍으로 인해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일본에서 백두산 화산재로 인한 피해를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과장은 이어 “실제로 백두산은 용암이 있기도 하고 폭발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기상청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화산은 여러 징후를 보이면서 폭발하게 되는데 최근 들어 백두산 지진 발생 징후 등은 없었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백두산은 북한이 지정한 백두산식물보호구 및 희귀동식물 서식지다. 이 지역은 면적 약 140㎢ 규모로 펼쳐져 있고 검은담비, 표범, 호랑이, 사향노루, 백두산사슴, 큰곰 등과 천연기념물인 삼지연메닭(348호), 신무성세가락딱따구리(353호) 등이 살고 있다.

또한 북올빼미, 긴꼬리올빼미, 흰두루미 등 조류와 흰병꽃나무, 구름꽃다지, 백리향 등 47과 162속 262종 64변종 4품종 식물, 그리고 산짐승 50여종, 조류 137종, 양서류와 물고기류 1200여종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백두산 화산 폭발시 이들의 전멸도 큰 피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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