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전쟁사 같은 '도토리 딱따구리' 치열한 패싸움

  • 남주원 기자
  • 2020.09.08 11:45
도토리 딱따구리(사진 Flickr)/뉴스펭귄

'도토리 딱따구리(Acorn Woodpecker)'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며칠씩 치열한 '패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그 과정에선 무리 간 전투를 지켜보는 참관 딱따구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사하스 바르웨이(Sahas Barve)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도토리 저장소(사진 Pixabay)/뉴스펭귄
도토리 딱따구리(사진 Pixabay)/뉴스펭귄

도토리 딱따구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무에 구멍을 파낸 뒤 도토리를 저장한다. 보통 한 나무에 3~5마리 많게는 12마리까지 모여 살며 최대 나무 한 그루에 도토리 수만 개를 저장하기도 한다. 그러다 좋은 자리에 살던 딱따구리가 죽거나 사라지면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 연합을 결성한 뒤 소위 '전쟁'을 치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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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서식하는 도토리 딱따구리에 무선 태그를 부착한 후, 분 단위로 그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도토리 딱따구리는 그들의 '도토리 저장고'를 두고 무리 간 처절한 세력 다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은 형제·자매 딱따구리를 비롯해 10여마리가 한 팀을 만들고 총 3~4개 팀이 참전했다. 그들은 몇 주 동안 하루에 약 10시간을 싸우는 데 보냈으며 어느 한쪽이 이길 때까지 싸움은 계속됐다.

바르웨이 박사는 "우리는 도토리 딱따구리가 이토록 오랫동안 서로 싸웠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그들이 싸우는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승리를 위해 충분히 강해지고자 수년을 기다리며 세력을 모으기도 한다"며 "모든 에너지를 영역 싸움에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토리 딱따구리(사진 Flickr)/뉴스펭귄

연구팀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다른 새들의 전쟁을 지켜보는 '구경꾼 딱따구리'도 존재했다. 많게는 30마리 이상까지 모이는 것으로 목격된 그들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도토리 저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3km 넘게 날아와 1시간 이상 패싸움을 구경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동료 딱따구리들이 싸움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 때문이 아니라 싸움 관찰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가 그들 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도토리 딱따구리는 복잡한 사회 관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들이 전투를 치루는 당사자 무리만큼 결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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