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난초로 변장해 먹이 유인하는 곤충

  • 임병선 기자
  • 2020.08.24 16:31

난초사마귀는 꽃처럼 생긴 몸으로 먹이를 유인, 사냥한다.

영락없이 살아 움직이는 난꽃처럼 보이지만, 이 생물은 난초사마귀다. 꽃처럼 가만히 있다 곤충이 다가오면 톱처럼 생긴 앞다리로 먹이를 낚아챈다.

꽃을 닮은 넓적한 다리는 난초사마귀를 난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은은한 분홍색 몸도 난꽃 색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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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lickr)/뉴스펭귄

여러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을 위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새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뭇잎 모양을 닮게 된 나뭇잎벌레가 그 예다. 또 꽃등에는 파리목 곤충이지만 새 눈을 피하기 위해 벌과 비슷한 생김새로 진화했다. 이런 생존 방식을 '따라하기(mimic)'라고 부른다.

나뭇잎벌레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꽃등에 (사진 Michael Becker)/뉴스펭귄

난초사마귀는 다른 '따라쟁이'와는 조금 다르다. 한때 과학자들은 난초사마귀도 꽃 사이에 숨었다가 식물에 가까이 다가온 꽃 수분 매개 곤충(벌, 등에 등)을 사냥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호주 맥쿼리대(Macquarie University) 곤충학자 제임스 오한론(James O’Hanlon)은 난초사마귀가 꽃 사이에 숨는 것이 아니라 직접 먹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2014년 논문에서 밝혀냈다. 

(사진 Luc Viatour)/뉴스펭귄

연구진 관찰 결과, 난초사마귀는 꽃 사이에 숨지 않고 단독으로 줄기에 매달리거나 나뭇잎 위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연구진은 난초사마귀가 꽃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경우는 꽃이 모여 있는 곳에 수분 매개 곤충이 많이 오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심지어 난초사마귀 먹이가 되는 곤충은 실제 꽃보다 난초사마귀를 선호했다. 연구진이 난초사마귀와 꽃이 함께 있는 장소에 수분 매개 곤충 12종을 놔두고 관찰한 결과, 매개 곤충이 난초사마귀에 다가가는 빈도수가 더 높았다. 

난초사마귀가 꽃을 뛰어넘는 '매력'을 발달시킨 셈이다. 이때 연구진이 찾은 '매력 요소'는 생김새보다는 색깔이었다. 꽃 수분 매개 곤충들은 꽃 모양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뇌 능력이 없어 색깔이 꽃 선택에 중요 요소다.

난초사마귀 색 분석 결과, 난초사마귀 몸 색깔은 특정 난초와 비슷하지 않았다. 난초사마귀는 '일반적 꽃 색깔'을 가졌기 때문에 대부분 곤충은 난초사마귀를 꿀이 많은 꽃으로 착각한다는 설명이다.

난초사마귀 생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다. 암컷 성충은 몸길이 8cm, 수컷은 2.5cm 가량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마귀는 성충이 돼야 날개가 자라며, 난초사마귀도 마찬가지다.

난초사마귀 성충 (사진 flickr)/뉴스펭귄

아름다운 외모 덕에 일부 곤충 수집가는 난초사마귀를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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