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동거중⑪] 토끼 발톱을 왜 깎아요?

  • 이순지 기자
  • 2020.08.24 07:50
토끼마다 발톱색이 다른데, 햇살이는 하얀색 발톱을 가지고 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토끼를 데려올 때, 내가 이런 일까지 하게 되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거창하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다. 상상해보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바로 토끼의 발톱 손질이다. 발톱 손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피'를 본 후였다. 섬뜩한 표현인데, 사실이다.

어느 날 랄라의 발을 보니 털 끝에 옅게 피가 묻어 있었다. 처음에는 놀란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디 크게 다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알고 보니 길이가 길어진 발톱이 어딘가에 걸려 쏙 빠진 것이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랄라 발톱에서 피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의사 선생님은 "계속 피가 나면 병원에 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절로 나으니 괜찮다"고 설명해 주셨다.

다행히도 랄라의 발톱은 아물었고, 며칠 뒤 새로운 발톱이 나왔다. 그때부터 토끼 발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햇살이를 데리고 온 지 얼마 안 돼서 같은 일을 또 겪었다. 사람 발가락으로 치면 엄지 발톱이 빠진 것이었다. 토끼 엄지 발톱은 다른 발톱들에 비해 숨겨져 있는 편이다. 그리고 길이도 체감상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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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햇살이의 엄지 발톱이 뽑혀버렸다. 이번에는 병원에 달려갔다. 햇살이가 아기 토끼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랄라 때처럼 햇살이 발톱도 빠르게 나았고, 새 발톱도 금세 자라났다. 

발톱 깎기 전 긴장한 표정의 햇살이(사진 이순지)/뉴스펭귄

토끼의 발톱은 어떻게 자르는 것이 좋을까? 초보 집사에게 가장 처음 권하는 방법은 병원 찾기다. 숙련된 기술을 가진 수의사에게 배운 후 하는 것이 좋다. 준비물은 간단한 편이다. 반려동물용 발톱 가위와 간식이다. 발톱 가위는 종류가 많은데, 절삭력이 좋은 제품을 추천한다. 가격도 최소 8000원은 넘어야 안정적으로 자를 수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다. 간식은 필수인데, 보상이 없으면 일을 하기 싫은 것은 토끼도 마찬가지다. 발톱 깎기라는 스트레스를 주었으니, 무조건 맛있는 간식을 줘야 한다.

준비가 다 끝났으면, 이제 햇살이를 부드럽게 안는다. 이때 자세는 여러 가지인데, 햇살이는 사진처럼 안기는 것을 편안해해서 저 자세로 발톱 손질을 한다. 발톱 손질 자세는 토끼마다 편해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자세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발톱을 깎을 때 버둥거리지 않는 자세를 찾아야 한다.

이제 발톱을 깎아보자. 햇살이는 불만의 표시로 항상 자신의 왼쪽 발을 격렬하게 핥는다. 어서 놔달라는 의미인 것 같다. 놀라지 말고 햇살이를 꼭 붙잡고 발톱을 자르기 시작한다. 토끼 발톱 쪽에는 혈관이 있다. 이 혈관을 자르지 않게 잘 봐야 한다. 무섭다면 발톱을 아주 조금씩만 잘라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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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부터 뒷발까지 다 자르는데 보통 10분 정도가 걸리는 것 같다. 햇살이는 종종 엄살을 부린다. 아프게 하지도 않았는데, 놀란 토끼 눈을 한다. 그래도 엄마는 씩씩하니깐 또 열심히 발톱을 손질한다. 20개의 발톱을 정리한 후에는 빠르게 햇살이를 내려준다. 그러면 햇살이는 자신의 안식처로 도망가버린다. 간식을 준다. 화를 풀어달라는 나의 아부다.

어떤 날은 금새 잊고 간식을 먹는다. 어떤 날은 간식도 마다한다. 그래도 발톱 깎기는 멈출 수 없다. 안 그러면 또 피를 보고 말 테니깐. "햇살아 엄마를 좀 이해해 주렴."

발톱을 깎았다고 화가 났다. 좋아하던 간식도 거부하는 중이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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