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물 속 최강자, 천하지존 물장군! (영상)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08.19 11:09

인간이 배제 된 자연 생태계는 먹고 먹히는 숨 막히는 생존 경쟁의 세계다. 여러 생태계 중에도 아마존의 밀림만큼 물속은 치열한 서식 공간이다. 날개를 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 갈 수도 없고, 위험하다고 육지로 올라갈 수도 없는 제한 된 서식지로 힘의 우위로만 서열이 정해지고, 생존이 결정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린 물고기나 물 속 곤충을 잡아먹던 억센 가시의 등지느러미와 커다란 입을 가진 공포의 육식성 물고기인 꺽지가 물장군 주둥이에서 나오는 신경 독에 꼼짝 못한다.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덩치 큰 포식성 물고기로, ‘민물 생태계의 폭군’으로 알려져 있는 끄리가 물장군 앞발에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물장군 앞발의 뾰족한 가시는 더욱 파고 들어간다. 민물 생태계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로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하려고 하는 난폭한 놈이지만 물장군 앞에서는 그저 힘없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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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하다고 믿었던 자신들이, 다른 포식자에게 잡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듯 난리를 치지만 소용이 없다. 난폭하고 덩치 큰 물고기 꺽지와 끄리가 전세가 역전 돼 물장군의 먹이가 되는 것이 물속 생태계의 이치다. 

오돌토돌한 피부와 독성분 때문인지 외국에서는 '동양 붉은배 두꺼비(Oriental Firebellied Toad)로 불리는 무당개구리는 자극을 받으면 피부에서 자극적인 냄새의 점액질을 분비한다. 애완용, 관상용으로 수출되면서 전 세계 양서류를 몰살시킬 뻔 했던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병의 원조지만 무당개구리는 저항성을 갖고 있어 멀쩡하다.

'천연의 독'과 ‘치명적 곰팡이’를 갖고 있어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은 무당개구리가 시뻘건 배를 내보이며 경고해도 물장군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앞발 갈고리로 꽉 잡고 주둥이를 꽂는다.   

매끈매끈하고 타원형 모양이라 붙잡기도 힘들고 썩은 물고기를 먹다보니 온 몸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물방개는 이제껏 천적이 없는 물 속 최고 힘 센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장군이 뒤로 돌아가서 온 몸을 쇠사슬로 묶듯이 꽉 잡아버린다. 자기보다 훨씬 큰 황소개구리를 잡을 때와 똑같은 방법인 매복에 후방 공격. 먹이 잡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물속 고유생태계를 초토화 시킨, 자기보다 몇 배나 큰 황소개구리를 잡아먹고 수서곤충을 주로 양식으로 하는 참개구리나 무당개구리, 육식성 포식자인 끄리와 꺽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딱딱하고 기름으로 번들번들한 등딱지에 고약한 냄새 때문에 아예 아무도 먹으려하지 않는 물방개도 기어코 잡아먹는, 물장군이 확실히 수서곤충의 최강, 천하지존이다.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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