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동거중⑩] 토끼와 친해지는 아주 간단한 방법

  • 이순지 기자
  • 2020.08.17 07:50
하윤이 언니네에 놀러간 햇살이. 두 번째 만남이라서 어색해 하지 않고 하윤이 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으로 토끼 봉사를 갑니다. "토끼 봉사라니 도대체 뭘 하는 건가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답니다. 간단해요. 토끼들을 위해 만들어진 급식소에 물과 먹을거리를 채워 놓습니다. 청소도 물론하고요. 때때로 토끼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하기도 한답니다.

몽마르뜨 공원에는 아이들이 아주 많아요.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손을 잡고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여기에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도 나들이를 많이 오죠. 아이들은 저를 보면 꼭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답니다. 왜냐면요. 자신들만 보면 도망가는 토끼가 제 옆에서는 편안해 보이기 때문이죠. 손에 있는 사료를 먹기도 하고, 풀숲에 있다가도 뛰쳐나와요.

귀여운 양갈래 머리를 한 꼬마 아이가 어느 날은 저에게 "토끼가 저만 보면 도망가던데"라고 입을 쭉 내밀고 말을 걸었어요. 저는 이렇게 답했답니다. "가만히 쳐다보고 손만 내밀어봐. 그러면 옆에 올 거야." 제 말에 아이는 손바닥에 사료를 몇 알 올리곤 가만히 토끼를 기다렸답니다. 그랬더니 깡충하고 토끼가 다가와서 아이 손바닥에 있는 사료를 냠냠 먹기 시작했어요. 그제서야 아이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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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친해지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기다려주기', '다짜고짜 손 내밀지 말기', '큰 소리 내지 않기' 이 세 가지만 지키면 토끼와 친해질 수 있어요. 토끼는 예민한 동물이랍니다. 큰 귀가 말해주듯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요. 공원에서 사는 토끼들은 특히나 더 예민하답니다. 생명과 연관된 일이니깐요. 공원에는 토끼만 살지 않잖아요. 그래서 집에 사는 토끼들보다 더 공포감에 떤답니다.

토끼들에게는 자신보다 큰 아이들도 무서운 존재입니다. 가만히 기다려주면 토끼는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다가와 준답니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토끼다. 햇살이 친척으로 추정하는 토끼(사진 이순지)/뉴스펭귄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몽마르뜨 공원 방문객은 운동을 즐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랍니다. 이분들은 토끼에게 관심이 없어요. 묵묵히 운동만 한답니다. 토끼들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에서는 편히 잠도 자요. 그렇다면 어떤 존재가 가장 위협적일까요?

이 역시 간단합니다. "저기 토끼 있어, 가서 만져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죠? 이런 부모들이 실제로 존재한답니다. 공원은 동물원이 아닙니다. 동물원에 있는 토끼도 물론 만지면 안 됩니다. 부모의 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토끼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자신을 쳐다봐주지 않으면 나뭇가지로 찌르기도 해요. 또 개의 공격성을 키워준다며 토끼를 쫓아보라고 말하는 견주도 존재한답니다.

몰라서라는 말이 토끼들을 괴롭히는데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부모와 아이들, 견주를 보면 가만히 옆으로 다가갑니다. 그러면 잘못을 아는지, 어느새 자리를 뜬답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은 어른이라고 하죠. 생명의 소중함에도 서열이 있는걸까요? 

몽마르뜨 공원에서 만난 귀여운 외모의 토끼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나뭇가지를 뜯고 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경계심이 조금 있는 토끼다. 사료를 주니 얼굴만 빼꼼 내밀고 먹기 시작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그래도 요즘 몽마르뜨 공원에는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답니다. 봉사자들이 늘어나면서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시각도 변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는 토끼라는 생각 때문이죠. 토끼들을 괴롭히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답니다.

혹시 토끼와 친해지고 싶나요? 그냥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 토끼들은 조용한 친구를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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