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댕이에 눈 그린 소, "사자는 물러가라"

  • 임병선 기자
  • 2020.08.12 15:03
(사진 'TraceyLRogers' 트위터 캡처)/뉴스펭귄

‘소 엉덩이에 눈 그리기'가 아프리카 목장주와 야생 육식동물 간 갈등을 완화할 방법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축을 기르는 주민들과 야생동물을 지키려는 사람들 간 갈등이 발생한다. 사자, 하이에나 등 육식동물이 가축을 습격해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소 엉덩이에 동물 눈처럼 보이는 문양을 그렸더니 사자 공격이 크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지난 7일(현지시간) 생물학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러지(Communication Bi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양쪽 엉덩이에 눈 문양을 그린 가축 소 683마리는 약 4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사자 공격을 받지 않고 전부 살아남았다.

같은 곳에 있던 아무 그림 없는 소 835마리 중 15마리가 사자 공격에 죽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비교군으로 설정된 양쪽 엉덩이에 엑스(X)자 표시를 가진 소의 경우 543마리 중 4마리가 사자 공격으로 죽었다.

(사진 Cameron Radford, John Weldon McNutt, Tracey Rogers, Ben Maslen, Neil Jordan)/뉴스펭귄
십자 표시가 그려진 소 엉덩이 (사진 Cameron Radford, John Weldon McNutt, Tracey Rogers, Ben Maslen, Neil Jordan)/뉴스펭귄
아무 표시가 없는 소 엉덩이 (사진 Cameron Radford, John Weldon McNutt, Tracey Rogers, Ben Maslen, Neil Jordan)/뉴스펭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생태학자, 생물학자 등 연구진은 해당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 지역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4년 간 실험 대상 소를 관찰했다. 또 지역 동물보호단체 '보츠와나 프레데터 컨저베이션(Botswana Predator Conservation)'과 협력했다.

(사진 Ben Yexley)/뉴스펭귄

연구진은 "나비와 어류, 양서류, 조류 등 여러 분류 동물이 눈 문양을 활용해 천적을 피하는 행동을 보이지만 포유류 중에는 알려진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눈 문양이 대형 포유류 포식자를 저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계점도 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닐 조던 박사는 무리 내 모든 소에게 눈 문양을 그려서 사자가 우선 공략할 대상이 없어졌을 때도 이 방법이 효과적일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사자가 소 엉덩이에 그려진 눈에 익숙해지면 이를 무시하고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방안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간단하고 저비용인 이 방법이 목장주와 야생 육식동물이 공존하는 비용을 줄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소 엉덩이에 눈을 그린 도구 (사진 Bobby-Jo Photography)/뉴스펭귄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