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청둥오리 '무지개다리' 건너

  • 황인솔 기자
  • 2019.01.29 13:33
니우에의 첫 번째 청둥오리 '트레버' (사진 트레버 페이스북 제공)/뉴스펭귄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청둥오리' 트레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트레버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니우에(Niue)'에서 발견된 청둥오리다. 그동안 이 섬에는 청둥오리가 서식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월 갑작스럽게 수컷 청둥오리 한 마리가 나타나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니우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약 2156㎞ 떨어진 곳으로 육지 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다. 때문에 청둥오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바다 건너 섬까지 오게 됐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니우에 주민들은 청둥오리에게 트레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귀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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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에 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트레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그의 모습을 세상에 알렸고, 주민들은 완두콩, 귀리, 옥수수 등 먹이를 풍족하게 챙겨줬다.

니우에에는 청둥오리의 서식지인 강, 계곡, 호수 등이 없기 때문에 트레버는 길가 근처의 물 웅덩이에서 살았다. 주민들은 수시로 트레버의 웅덩이 수질 상태를 점검했고, 소방대원들은 정기적으로 찾아와 웅덩이 물을 채워줬다. 

트레버를 위해 다른 청둥오리를 데려오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무산된 일도 있었다. 웅덩이가 트레버 혼자 지내기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트레버는 평소 닭, 호주뜸부기 등과 친하게 어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같은 종족과 멀리 떨어져 '외로운 오리'라 불렸던 트레버는 28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수풀 사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인근 마을의 개에게 물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버의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인 레이 핀들레이는 "1년 동안 차에 귀리주머니를 갖고 다니면서 트레버에게 먹이를 줬는데, 앞으로 그러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트레버는 우리 마을의 유명인사였고 적어도 주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았다. 기적같이 나타난 청둥오리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버가 살던 웅덩이 (사진 트레버 페이스북 제공)/뉴스펭귄
트레버의 웅덩이에 물을 채워주는 모습 (사진 트레버 페이스북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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