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만 화려한 영국 복귀'...비버가 영주권 소송 휘말린 까닭

  • 임병선 기자
  • 2020.08.07 17:05
비버 (사진 flickr)/뉴스펭귄

비버가 영국 강에 400년 만에 공식 복귀했다.

비버는 모피와 신체에서 나오는 향료를 노린 인간에 의해 영국 강에서 약 400년 전 멸종했다. 영국 환경단체 데본야생동물기금(Devon Wildlife Trust)은 영국 강에 비버가 있었음을 근거로 비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1년 정부 허가 아래,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개인 사유지 내 오터 강(Otter River)에 비버 한 쌍을  방사하는 실험을 했다.

2013년, 오터 강에서 비버 새끼가 발견되면서 야생 번식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버가 만든 댐이 범람을 유발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영국 강에서 공식적으로 멸종한 비버는 ‘외래종’이기 때문에 이들을 포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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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데본야생동물기금은 비버가 영국 강에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소송을 정부에 제기했다. 이들은 비버가 영국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기금 측이 승소한 덕에 비버 가족은 한시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후 비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생존 가능성을 고려해 영국 강에 그대로 둘 지 2020년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방사 약 9년 뒤인 6일(현지시간), 비버가 합법적으로 영국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정부 허가가 났다. 영주권을 얻은 셈이다. 비버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일이지만 이로써 비버는 영국 생태계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앞서 환경단체는 방사 이후 비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연구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 이들 관찰 결과, 비버가 만든 천연 댐은 홍수를 막고 인근 강 유역을 습지로 재탄생시켰다.

비버가 만든 댐 (사진 Pixabay)/뉴스펭귄

이같은 연구결과 덕에 지난 2018년, 영국 다른 지역에서도 비버가 방사됐다. 그런 만큼 ‘영주권 부여’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번 정부 발표로 데본야생동물기금 활동가들은 한시름을 덜었다. 단체 측은 정부 결정에 대해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큼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영국 환경부장관 레베카 포(Rebecca Pow)는 비버를 ‘공공재’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비버가 제공한 천연 댐을 이용하는 주변 지역 농부와 토지주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한 쌍 비버가 방사된 후 현재는 개체수가 늘어 약 50마리 성체가 오터 강 인근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버는 물에 사는 설치류다. 강한 앞니로 나무를 잘라 댐을 만들고 산다. 비버 앞니에는 철 성분이 함유돼 있어 주황색을 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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