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이상한 뒷거래..."250억 원으로 환경 지켜라"

  • 임병선 기자
  • 2020.08.09 08:00
세이셸 한 해변 (사진 flickr)/뉴스펭귄

군소 섬나라 세이셸이 미국 환경단체와 특이한 형태로 '해양보호 딜'을 했다.

유명 관광지인 세이셸은 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에 위치한 군소 섬나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섬 주변 해역에는 넓은 산호초 지대가 펼쳐져 있다.

세이셸은 듀공, 매너티 등 인도양에 자주 나타나는 해양생물 쉼터면서 특이한 모양 야자수인 코코드메르(Coco de Mer) 원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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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드메르 열매와 꽃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편, 이 곳은 어업과 관광업으로 발생한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 산호 약 90%가 하얗게 변해 죽어가는 등 기후변화에도 취약하다.

경제적으로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던 세이셸은 국가 채무를 갚지 못하다가 2008년 IMF(국제통화기금)에서 퇴출되는 등 파산 직전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세이셸은 전 세계 각국에 3억66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체불한 상태였다.

돈을 갚을 보장이 없는 세이셸에 누군가 대규모 자금을 빌려줬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5년, 미국 환경단체 네이처컨저번시(The Nature Conservancy)는 세이셸 정부가 바다를 지킨다고 약속하면 일부 채무를 갚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돈으로 재투자하겠다며 '딜'을 제시했다. 

'자연에 진 빚'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거래는 성사됐다. 환경단체는 채권자 협상, 모금, 대출 등을 통해 약 2100만 달러(약 250억 원)를 세이셸 정부에 낮은 이자율로 재투자했다. 이에 세이셸 정부는 13개 해양보호구역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세이셸 풍경 (사진 flickr)/뉴스펭귄

정부는 거래를 통해 확보한 여유자금 일부를 활용해 세이캣(SeyCCAT)이라는 독립 환경보전 기금을 만들었다. 세이캣은 지난 5년 간 해양보호구역 지정, 기후변화 대응 등 활동을 펼쳤고, 향후 15년 간 지속이 보장됐다. 이들 단체는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 여성을 고용해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해초를 제거하는 사업 등을 추진했다.

세이캣 활동 (사진 Seychelles' Conservation and Climate Adaptation Trust)/뉴스펭귄

이후 세이셸 해양보전활동은 크게 진전했다. 세이셸 영해와 담수 면적 약 0.04%만 차지했던 해양보호구역이 2020년 내 약 30%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는 총면적 41만㎢로 한반도 약 4개 면적이다. 세이셸 섬 산호초 지대 면적 85%와 천해역(바닷물이 얕은 해안가) 88%를 포함한다.

해양보호구역 내에서는 어업, 석유 탐사 및 추출, 해양 개발이 금지 혹은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높은 수준의 징역형 혹은 벌금형을 받는다.

세이셸 정부는 환경보전활동이 경제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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