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제충(以蟲制蟲)' 가능성 확인!...매미나방과 노린재의 천적관계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08.05 15:09
매미나방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도심의 등산로를 점령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산림 속속들이 퍼져 식물을 못 살게 하던 매미나방이 잠시 조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 더 큰 창궐(?)을 꿈꾸며 조용히 알집을 만들고 있는 중.

매미나방알집.(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몸길이가 고작 20mm 안팎이지만 녹색의 금속광택 빛나는 왕주둥이노린재가 자기보다 3배 이상 큰 매미나방 애벌레를 찔렀다. 굵고 긴 주둥이를 애벌레 등에 꽂아놓고 쪽쪽 빨아 먹는다. 꼼짝 못 하고 축 늘어진 매미나방 애벌레를 보니 왕주둥이노린재 금속 광택이 더욱 빛나 보인다. 

왕주둥이노린재 포식.(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주둥이노린재도 매미나방 애벌레를 없애는데 한 몫 한다. 주둥이를 매미나방 애벌레에 찔러놓고 쥬스 마시듯 빨아 먹는다. 매미나방 애벌레를 직접 잡아먹는 아주 훌륭한 포식성 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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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노린재 포식.(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기껏해야 몇 마리씩 잡아먹는 포식성 천적에 비하면 기생 천적은 호스트(host)를 전멸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제 수단이다. 환경 친화적인 생물학적 방제를 논할 때는 거의 기생을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고치벌과 좀벌.(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매미나방 애벌레에 고치벌이 기생을 했다. 열심히 없애다오 한참을 응원했는데 그 고치벌에 다시 기생(중복기생,Hyperparasitoid)한 좀벌, 2종류가 보인다. 매미나방 퇴치에는 오히려 적이 되었지만 자연의 먹이사슬을 나무랄 수는 없는 법!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포식(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두꺼비 포식(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매미나방 애벌레를 먹이로 벌써 그 안에서 생태계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기생파리는 아직 고치를 깨고 나오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천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입 안 가득 우겨넣고 모조리 먹어치우는 두꺼비와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들에 비해서 죽이는 수가 적을지 모르지만 조용하고 은밀하게 매미나방들을 견제하고 있는 천적들이 나타나고 있다. 

길앞잡이(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수시렁이(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기생파리고치(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 뉴스펭귄

빨아먹는 노린재, 씹어 먹는 길앞잡이, 알을 파먹는 수시렁이와 통째로 없애버리는 기생벌과 파리까지.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태계 내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천적이 본격 효력을 발휘하도록 너무 심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습지도 지키고 산림도 보호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는 이이제이를 곤충으로 곤충을 때려잡는 이충제충으로 활용 할 때다.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서울대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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