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욕조서 생 마감"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결국 폐사

  • 김도담 기자
  • 2020.07.21 09:30
(사진 카라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전남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했다.

20일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보유한 세 마리의 벨루가(흰고래) 중 한 개체가 이날 새벽 2시 10분쯤 폐사한 것이 확인돼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폐사한 벨루가는 12살 수컷으로 2012년 4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반입됐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해양수산부 고래연구센터 및 서울대 수의학과와 함께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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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날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폐사한 벨루가는 '루이'다. '루오'(수컷, 11살), '루비'(암컷, 10살)와 함께 2012년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으로 수입된 벨루가 중 하나다.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이날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가장 먼저 벨루가 루이가 수심 7m에 불과한 좁은 욕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 호텔앤리조트와 해양수산부가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남아있는 벨루가 두 마리에 대한 생츄어리 보호 및 자연방류 계획 마련에 즉각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이날 동물권행동 카라는 "오늘 벨루가의 죽음까지 최근 10년간 국내 수족관에서 '30마리'의 고래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벨루가 체험 물의를 빚고도 반성없는 거제씨월드 등 7개 수족관에 총 31마리 고래류가 감금, 사육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라는 "그 어느 곳도 고래류를 사육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정형행동 발현은 물론 (수족관이) 너무나 좁아 몸이 기형적으로 굽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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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4년부터 3마리의 벨루가 전시를 시작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6년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또 한 마리의 벨루가가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최근 홀로 지내고 있는 벨루가 '벨라'의 자폐증세가 관찰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롯데월드는 벨루가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2021년까지 벨라를 방류 적응장으로 이송할 계획임을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성명서 전문이다.

한화와 해양수산부는 남은 두 마리 벨루가 자연 방류 계획 즉각 마련하라

2020년 7월 20일,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이 관리하던 벨루가 3마리 중 1마리가 죽음을 맞았다. 폐사한 벨루가는 12살의 '루이'로, '루오'(수컷, 11살)와 '루비'(암컷, 10살)가 함께 2012년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으로 수입된 벨루가 중 하나이며 사인은 현재 고래연구소와 서울대가 공동조사를, 서울대 수의학과가 부검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자유연대는 가장 먼저 벨루가 루이가 수심 7m에 불과한 좁은 욕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한화 호텔앤리조트와 해양수산부가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남아있는 벨루가 두 마리에 대한 생츄어리 보호 및 자연방류 계획 마련에 즉각 임할 것을 촉구한다.

20일 죽은 벨루가 루이는 루오, 루비와 더불어 야생에서 포획돼 러시아 틴로(TINRO)연구소 중계로 2012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 4월 28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전시된 후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위탁관리 중인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 소유이다. 당시 세 마리의 벨루가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연구 목적으로 반입되었으나, 실제 지난 9년여간 상업적 목적의 전시 관람용으로 이용되었다. 애초에 연구 목적의 벨루가 반입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으며 드넓은 바다 자연에서 살던 흰고래 벨루가를 비좁은 어항과 같은 수조에 가두고 연구하는 것은 생태 왜곡의 결과물로서 연구의 신뢰성마저 담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본래 취지와 달리 3마리 벨루가는 상업적 목적의 전시와 쇼에 이용되며, 엑스포라는 국가적 행사에 동원되어 체험을 통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이 수족관 대표 마스코트로 꼽은 벨루가가 생활하는 부적절한 환경과 그로 인해 벨루가에게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위험 신호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밝혀왔다. 대부분의 전시 고래류에서 발견되는 정형행동뿐 아니라, 20m에서 깊게는 700m까지 잠수하는 벨루가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좁은 수조는 벨루가에게 치명적이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합사 과정에서 수컷 벨루가 2마리가 지속적으로 암컷 벨루가를 공격하는 사단이 발생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암컷 벨루가 '루비'는 나머지 두 마리와 격리된 좁은 수조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공격성은 인공사육 하에서 벨루가의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성숙 정도와 성별에 따라 나누어 수용할 수 없는 환경 탓에 발생한 문제다. 이 때문에 암컷 벨루가는 평생 주 수조에 비해 무려 면적이 5.5배, 부피가 7.6배나 작은 보조 수조에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며, 열악한 환경은 곧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피부병과 정신적 스트레스마저 유발시키고 있다.

해당 문제점은 이미 2015년 해양수산부 연구를 통해서도 제기된 바 있기에 이번 루이의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정부와 한화는 지난 2013년,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루이와 같은 죽음을 맞았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기억해야 한다. 돌고래 '제돌'이가 공연과 체험의 도구로 이용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 지자체, 시민이 함께 호흡하여 수족관 안에서의 외로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재 벨루가 1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벨루가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뒤늦게 나마 방류를 결정하고, 최근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한화와 해양수산부는 지금이라도 또 다른 벨루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가장 먼저 벨루가 죽음의 근본적 원인과 책임을 직시해야한다. 그 근본적 원인은 부적절한 환경과 이로 인한 벨루가의 고통에 있으며, 벨루가의 고통을 알아도 모른 척 수익만을 쫓던 한화와 해양수산부에 그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

동물자유연대는 벨루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하여 해양수산부와 한화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해양수산부는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두 마리에 대한 생츄어리 보호 및 자연방류 계획을 마련하라.
하나,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벨루가 생츄어리 보호 및 자연방류를 위해 적극 협조하여, 벨루가 죽음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2020년 7월 20일

동물자유연대

7월 21일 현재 국내 고래류 수족관 사육 개체수는 총 31마리다(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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