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창간사] “어떤 종의 마지막을 생각합니다”
[뉴스펭귄 창간사] “어떤 종의 마지막을 생각합니다”
  • 김기정
  • 승인 201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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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뉴스생산을 시작하는 우리의 선언문

왜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최근 방영된 EBS의 다큐멘터리 ‘사라진 인류-제1부.멸종’은 초반에  “어떤 종(種)의 마지막을 생각합니다”라는 단 네 마디의 간결한 메시지로 보는 이를 붙든다. 각각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종’과 ‘마지막’이라는 이 두 단어는 내레이터(배우 신하균)의 입에서 순식간에 한 단어로 합쳐져서는 청자(聽者)에게 파고든다. 이야기는,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다가 소멸한 다른 인류 종들에 관한 것이다. 700만 년 전에 침팬지 계통에서 떨어져 나와 여러 종으로 진화했다가 100만 년 전 4종만 남게 되었고, 결국 인류라는 나뭇가지에서 맨 마지막에 우리만 살아남은 이유를 이 다큐멘터리는 추적한다. 이유를 설명하는 고고학적 증거와 분석을 좇던 카메라는 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Chris Stringer) 교수 앞에서 멈춰 선다. 그는 말한다. “과거에 존재한 거의 모든 종이 사라졌다. 우리 인간도 무적이 아니다. 우리가 예외일리 없지 않은가.” 

생물다양성이 하나둘 절멸하면

맨 마지막은 우리 차례?

멸종위기종 전문매체를 창간하는 우리의 문제의식은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멸종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대체로 동식물의 절멸만을 지적한다. 여기에 인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때때로 멸종위기종과 동일선상에서 이해되는 개념인 생물다양성은 교육현장에서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라지고 있는 생물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취지 정도로 사용된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라는 본래의 뜻에서 딱 하나 인간이 빠진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지구의 역사는 인간의 예외성을 부정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에 살다가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이 그 증거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영리하고 강인하고 힘이 셌으며,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 보다 상위에 있었지만 결국 절멸했다. 인간이 지구환경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소홀하면 할수록 우리의 운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동식물들이 우리의 잘못이든 다른 요인이든 하나둘 사라져간다면, 맨 마지막에는 우리 차례.

멸종의 시계를 늦추는

뉴스펭귄의 존재의의

뉴스홍수의 시대에, 그리하여 오히려 뉴스소비자들이 방향상실과 무작위성에의 바다에 내던져진 시대에 또 하나의 뉴스 생산채널을 만든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뉴스의 시대’에서 지적한 대로, ‘막연하면서도 놀랄 것 하나 없는 결론들의 퇴적물’로 취급되는 ‘뉴스더미’에 또 하나를 얹는데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선 드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이 보다는, 우리가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들이 우리의 생존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뉴스 소비자인 시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무관심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리의 첫 걸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다행인 것은 환경, 지속가능성, 멸종위기, 생태계, 공존 등의 단어들이 이제 상당히 친숙해졌을 뿐더러 그 가치들을 위해 행동하는 휴먼 사피엔스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 멸종위기종 전문매체로서 뉴스펭귄은 존재의의를 명확하게 확보하며, 천편일률적인 미디어의 문법에서 벗어날 출구를 만난다.

편향성

진지함  

연대를 향해

우리의 새로운 매체, 뉴스펭귄은 독보적인 뉴스미디어로서 세 가지 지향점을 세운다. 첫째, 편향성. 사전적인 의미로 편향은 균형 혹은 사실의 대척점에 있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편향은 사건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뜻할 뿐’(알랭 드 보통)이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멸종을 불러오는 사건들만을 ‘편향적으로’ 발굴하며, 멸종을 늦추려는 노력들을 ‘편파적으로’ 보도할 것이다. 둘째, 진지함. 뉴스 퇴적물(쓰레기)로 취급되는 수백, 수천 개의 검색어 기사는 뉴스펭귄의 메뉴 카테고리 어디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는 당장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으나 우리의 진지함에 비해 그것은 솜털보다 가볍다. 셋째, 연대. 우리는 뉴스 미디어로서의 한계를 국제기구, NGO, 의식 있는 시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뛰어넘을 것이다. 우리의 이 같은 지향점은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가장 고귀한 약속이며, 우리의 첫 걸음에 내건 선언문이다. 다시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하는 말로 창간의 각오를 다진다. 

“우리가 영원할까요?”

 

김기정 <뉴스펭귄> 발행·편집인.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