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소똥구리가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리는 까닭은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07.15 14:02
중국 칭다오에서 발견된 뿔소똥구리 (사진 flickr)/뉴스펭귄

반짝반짝 빛나는 몸매에, 머리에 거대한 긴 뿔이 튀어나온 뿔소똥구리 수컷은 일본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사촌지간인 애기뿔소똥구리만 멸종위기종 Ⅱ급이다. 뿔소똥구리가 멸종위기종의 운명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불소똥구리의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뿔소똥구리 수컷

뿔소똥구리는 반사회성(半社會性)곤충으로 알에서부터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부모가 경단(소똥으로 만들어진 볼)을 보호하는 특별한 양육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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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은 애벌레 먹이로 사용되고, 천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게끔 둘러싸여 있는데다 외부의 온도, 습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보호 지역이다. 게다가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까지 받으므로 방어 시스템의 완벽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천적이나 먹이와 같은 생물적위험과 온도 습도 등과 같은 비생물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애벌레의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아 소똥구리 종은 모든 곤충 중 가장 알을 적게 낳아 모두 살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진화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짝짓기를 마친 뿔소똥구리 암컷들은 대부분 땅 속에서 경단과 함께 안전하게 지내다보니 노출이 많은  수컷보다 더 오래 산다. 경단 옆으로 떨어진 흙덩어리를 치우고, 무너진 둥지를 수리하고, 경단을 오르내리며 손질하는 것도 암컷이다.

곤충으로서는 특별한 반사회성(半社會性)의 양육 습성에, 지하에 복잡한 둥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안전한 번식 행동이 소똥구리를 특별한 곤충으로 만든다.

뿔소똥구리 암컷 (사진=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뿔소똥구리 암컷

하루 종일 경단 주위를 정리하던 뿔소똥구리 암컷이 경단 고정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볼에서 뿔소똥구리로 나올 때 꽉 붙어있어야 잘 나올 수 있기 때문.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 된 곤충이지만, 소똥구리는 이미 130 년 전 ‘파브르(Jean-Henri Fabre) 곤충기’를 시작으로 계속적으로 엄청난 과학적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에 복잡한 둥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안전한 번식 행동과 특별한 반사회성의 양육 습성으로 가장 성공한 곤충. 그러나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인간이라는 천적이 나타나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저 널려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초식동물의 배설물이 귀해지고 그나마도 동물성, 곡물성 사료와 농약으로 뒤범벅 된 똥이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땅속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하늘까지 온 세상을 주름잡았던 소똥구리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까닭이다.

서식지외보전기관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증식하고 있는 뿔소똥구리지하의 땅 속 둥지를 내시경으로 들어가 보면, 둥지는 보통 35cm 깊이에 최대 6개의 알이 있다.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을 방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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