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만나본 적 없어 사냥개에 멸종위기 된 동물

  • 임병선 기자
  • 2020.07.13 14:05
서부긴코가시두더지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둥근 몸에 듬성듬성 난 가시와 길쭉한 입이 인상적인 이 동물은 서부긴코가시두더지(학명 Zaglossus bruijnii)다.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인도네시아 영토인 뉴기니 섬 서쪽에만 사는 절멸 직전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CR)종으로 분류됐고, 동물보호단체 ZSL이 운영하는 ‘멸종위기종 목록’ EDGE(Evolutionarily Distinct and Globally Endangered)에는 보호가 가장 시급한 포유류 1위로 기록됐다.

생물학자 켄 애플린(Ken Aplin)은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공룡 멸종 이전에도 살던 종이라고 해외 환경매체 몽가베이(Mongabay)에 지난 2015년 10월 말했다. 화석 연구에 따르면 1억 년 간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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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독특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포유류 중 체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충류처럼 총배설강이라는 기관으로 배변, 배뇨, 난생출산(알로 새끼를 낳는 것)을 한다.

육아 방식도 특이하다. 유대류처럼 암컷이 육아낭(육아 주머니)를 가졌다. 알을 낳으면 육아낭에서 부화시켜 새끼를 기른다. 다른 포유류처럼 새끼가 태어나면 젖을 주는데, 젖꼭지가 없어 육아낭 내부 젖샘으로 먹인다.

서부긴코가시두더지가 멸종 직전에 처한 요인은 사냥이다. 포유류가 거의 없는 섬인 뉴기니에서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원주민의 식량이 돼 왔다. 약 800여 원주민 부족 중 일부는 아직도 서부긴코가시두더지를 식량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일부 사냥꾼이 사냥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뉴기니는 자연적으로 개, 고양이 등 야생 포식동물이 없다. 이같은 환경에서 진화한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본능이나 능력이 없다. 산 깊숙한 곳에 얕을 굴을 파고 산 덕분에 원주민들의 눈을 피해 적당한 수를 유지하며 생존했다.

하지만 뉴기니가 개발되면서 사냥개가 유입됐다. 인간과 동반한 사냥개는 깊은 곳에 숨은 서부긴코가시두더지를 찾아낼 수 있어 과학자들은 과도하게 많은 서부긴코가시두더지가 사냥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벌목, 농사 등 서식지 감소도 서부긴코가시두더지 개체수를 위협한다.

이 지역에서 서부긴코가시두더지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사냥은 원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 전면 금지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보전가(Conservationist)들은 사유지 내 보호구역을 지정해 일부 개체를 서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긴코가시두더지속에는 서부긴코가시두더지, 동부긴코가시두더지,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Sir David's Long-beaked Echidna) 총 3종이 있으며 생태는 비슷하다고 알려졌다. 이 중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는 뉴기니 섬 사이클롭스(Cyclops Mountains)산 극히 일부 지역에만 서식한다. 동부긴코가시두더지는 비교적 개체수가 안정됐으나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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