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물 부족' 히말라야 주민들이 얼음 탑에 비는 소원
'기후위기로 물 부족' 히말라야 주민들이 얼음 탑에 비는 소원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0.07.0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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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히말라야 지역 인도 북부 고산지대 일부 마을에는 얼음 탑이 세워져 있다. 낭만적인 전통문화처럼 보이지만, 이 탑은 마을 사람들이 기후위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고투하는 흔적이다.

이들이 탑에 붙인 이름은 얼음 사리탑(Ice Stupa)이다. 불교문화에서 사리탑은 석재 혹은 진흙으로 탑을 짓고 그 안에 스승의 유해를 담아 선인의 뜻을 기리는 건축물이다. 얼음 탑은 마을 주민에게 생존 수단이자 기원이 됐다.

고산지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눈에 의존해 살았다. 높은 산에서 겨우내 쌓인 눈이 봄부터 서서히 녹아 토지에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도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눈은 주민에게 생명줄과 다름없는 수원(水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마을을 비롯한 히말라야 인근 지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쌓이는 양이 줄고 평균기온이 지난 40년 간 1도 이상 오르면서 눈이 빨리 동나게 됐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한다.

인도 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한 라다크(Ladakh) 마을에 살며 물 부족에 시달리던 소남 왕추크(Sonam Wangchuk)는 얼음 탑을 세워 이 마을에서 살아남기로 했다.

그는 2013년 겨울, 물을 분사하고 얼려 원뿔 형태로 첫 얼음 탑을 쌓았다. 라다크 겨울밤은 영하 30도에서 50도까지 내려간다. 강에서 끌어 온 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물을 분사하면 차가운 공기 덕에 물방울이 표면에 얼어붙으며 얼음 탑이 점차 커진다. 또 봄이 돼도 야간엔 기온이 낮아 얼음 탑 크기를 유지할 수 있다.

(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탑 끝에서 물이 분사되는 모습 (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왕추크는 이렇게 만든 얼음 탑이 서서히 녹으면서 토지에 물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첫 탑 실험 결과, 6m 높이의 얼음 탑은 약 15만 리터 물을 5월까지 공급했다. 그는 첫 실험에서 가능성을 본 뒤 매년 더 큰 얼음 탑을 만든다. 

(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사진 Ice Stupa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탑 형태 얼음은 지표면에 얼어붙은 상태보다 물 공급에 유리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뿔 형태가 입체 도형 중 표면적이 가장 작다. 햇빛에 노출되는 면이 작으면 얼음이 천천히 녹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왕추크가 설립한 단체 ‘아이스스투파(Ice Stupa)’에 따르면 라다크 지역 선조들이 활용했던 눈 탑에서 영감을 얻었다.

라다크 선조는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 눈을 모아놓고 물 여유분을 비축하는 용도로 썼다. 하지만 왕추크는 이제 생존을 위해 비교적 낮은 곳에도 더 많은 탑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얼음 탑 실험에 성공한 후 인근 마을에 얼음 탑을 만드는 법을 전수한다. 지난해에만 12개 얼음 탑이 생겼다. 카리스(Karith) 마을에 지은 탑은 22m에 달한다.

얼음 탑을 쌓아 삶을 이어나가는 고산지대 마을 주민들은 ‘인공 만년설’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얼음 탑이 여름 내 모두 녹지 않고 다가올 겨울에 더 커질 수 있도록 적당한 지역을 물색하고 제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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