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펭귄 전문가의 경고 "인간도 걱정스럽다"
한국 유일 펭귄 전문가의 경고 "인간도 걱정스럽다"
  • 채석원 기자
  • 승인 2019.01.21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남극 현지 이메일 인터뷰
“아프리카펭귄·갈라파고스펭귄 인간활동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여”
“세종기지 인근 빙하 매년 10m씩 후퇴하는 걸 보며 기후변화 실감”
“기후변화는 펭귄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곧 닥칠 재앙… 우려스럽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 선임연구원 제공)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 이 선임연구원 제공)/뉴스펭귄

펭귄은 기후변화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한국이 만들고 전 세계가 열광하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통해 잘 알려진 이 귀여운 동물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데다 먹이인 크릴새우도 줄고 있어서다. 남극에서 펭귄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특히 더 실감하고 있다. 남극 세종기지 인근의 빙하가 해마다 10m씩 사라지는 걸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한국에 와서도 느낀다. 그가 지내는 남극 세종기지 인근은 1월 평균 기온이 한국보다 훨씬 따뜻해서다. 동물행동학자인 이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펭귄 전문가다. 그도 그럴 것이 펭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 학자는 그가 유일하다. 매년 겨울이면 남극을 방문해 펭귄의 사생활을 캐고 있는 이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폐혜가 조만간 펭귄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닥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원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펭귄의 생태가 얼마나 경각에 놓였는지, 또 기후변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봤다.

- <뉴스펭귄>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극지에 있는 동물의 행동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이원영입니다.

- 선임연구원님은 원래 까치 전문가였습니다. 석·박사 과정 내내 까치의 행동과 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 까치에 그렇게 빠져들었던 겁니까.

까치가 교내에 흔했거든요. 그리고 까치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선배님들이 계셔서 연구를 시작하기 쉬웠어요. 조사 방법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었거든요.

- 까치를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결과가 있습니까.

까치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인지에 관한 실험이었습니다. 제가 둥지에 올라가서 새끼들을 만지고 혈액을 추출하는 작업을 했거든요. 까치 부모들이 저를 정말 싫어했어요. 심지어 교내에 있는 많은 학생들 가운데 제가 지나가기만 하면 용케 알아보고 공격을 하곤 했죠. 그래서 둥지에 올라갔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동시에 둥지에 다가갔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실험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까치는 둥지에 올라갔던 사람을 쫓아가 공격했어요. 짧은 시간 동안 자기 둥지에 온 침입자를 기억했다가 방어한 것이죠. 까치가 인간을 개체 수준에서 구분해낼 수 있다는 인지 능력을 처음 밝힌 연구였습니다.

- 까치 연구에서 펭귄 연구로 방향을 튼 이유가 무엇입니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동물을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그게 남극 펭귄이 될 줄은 몰랐죠. 박사 학위를 마치고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던 차에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알아보니 막상 연구자를 고용할 만한 인건비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펭귄의 생태 연구를 주제로 연구계획서를 준비해 연구재단에서 지원해주는 장학금을 신청했고, 그게 통과하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죠.

-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이면서도 접하기는 쉽지 않은 펭귄이라는 동물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십시오.

펭귄은 잠수에 특화된 조류입니다. 새지만 날지 못하는 새죠. 하지만 바닷속에선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자유롭게 다닙니다. 전체 펭귄의 삶을 100이라고 놓으면 그 중 80은 바다에서 지내는 해양동물입니다. 우리가 보는 건 잠시 번식을 위해 뭍으로 올라왔을 때입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 선임연구원 제공)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 이 선임연구원 제공)/뉴스펭귄

- 펭귄의 종류와 개체 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펭귄은 남반구 전역에 걸쳐 총 18종이 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마카로니펭귄은 약 630만쌍, 가장 적은 갈라파고스펭귄은 약 1000쌍 이하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남극에서 펭귄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습니까.

저는 바이오로깅(Biologging)이라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펭귄의 몸에 기록장치를 붙여서 회수한 뒤 거기에 담긴 정보를 해석해서 펭귄의 물속 생활을 추측하는 것이죠. 주로 GPS, 수심기록장치, 비디오카메라 등을 부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어디까지 헤엄쳐갔고, 얼마나 깊이 잠수했으며,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펭귄의 개체 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종마다 조금씩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많은 펭귄 개체군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18종 가운데 13종이 위기 근접(Near threatened) 이상의 단계로 분류돼 있습니다.

- 펭귄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까.

젠투펭귄이 먼 바다로 나갔을 때 수면에서 독특한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을 한다는 연구입니다. 펭귄의 등에 비디오카메라를 달아서 연구한 적이 있는데, 재밌는 영상이 찍혔습니다. 펭귄이 홀로 수영하고 다니다가 소리를 내면 주변에 다른 펭귄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펭귄도 비슷한 소리를 냈죠. 아마 인근에 있는 다른 친구를 찾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 펭귄 중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펭귄이 있습니까. 또 펭귄의 개체 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습니까.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흔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까.

아프리카펭귄과 갈라파고스펭귄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정한 위험 단계(Endangered)입니다. 아프리카펭귄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영향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쪽 해안에 걸쳐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과 겹쳐 있으며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어업 활동에 따라 먹이원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 변화, 기상 이변 등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외래종에 의한 침입 효과 및 병원균에도 취약한 편입니다. 갈라파고스펭귄 역시 인간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서식지 인근에 배가 지나는 길이 있어서 늘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어업활동에 의해 먹이가 감소 하고 있으며, 갈라파고스에 구경 온 관광객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기상이변이 해마다 번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확한 개체군 변동을 조사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 남극은 기후변화의 바로미터이자 지구환경의 최호의 보루로 불립니다. 남극에서 지내면서 기후변화를 가장 크게 실감할 때가 언제입니까. 펭귄을 비롯한 동물의 멸종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지요.

세종기지 인근엔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해마다 10미터 이상 후퇴하기 때문에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모습을 직접 마주하고 나면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남극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조만간 우리에게 닥칠 일이라 걱정스런 마음이 생깁니다.

- 펭귄 말고 남극에서 가장 주로 접하는 동물은 무엇입니까.

펭귄의 천적인 도둑갈매기입니다. 펭귄 번식지가 있는 곳엔 늘 도둑갈매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기 위해 번식 시기에 맞춰 찾아와 사냥합니다. 그리고 도둑갈매기 역시 때 맞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웁니다.

전투펭귄에게 다가가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 선임연구원 제공)
젠투펭귄에게 다가가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 이 선임연구원 제공)/뉴스펭귄

- 멸종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단기적으론 펭귄 서식지가 인간에 의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극 뿐 아니라, 아프리카, 갈라파고스 등 펭귄 번식지가 관광지로 개발되어 ‘생태관광’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상품화되었거든요.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펭귄이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걸 막아야겠죠. 장기적으론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온난화가스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지구에 있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이라 국가들간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남극에서 생활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외로움과 단절감입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매년 몇 달을 지내야 하는 것이 힘들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제가 없을 때 겪을 수 있는 힘듦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 종종 무력감을 느낍니다.

- 남극 생태계를 에세이집 <물속을 나는 새>를 펴내셨습니다. 앞으로도 책 출간 계획이 있는지요.

동물 스케치와 일기를 모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 어린 친구들을 위한 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에 대해 한국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기후변화는 먼 미래에 닥칠 뜬 구름 잡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우리가 해마다 겪고 있는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은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시간이 있어요.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서 온난화의 상승폭을 줄일 수 있거든요.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제로 몇몇 동물은 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거든요. 우리 후손은 어쩌면 갈라파고스펭귄, 아프리카펭귄을 책으로만 볼지도 몰라요. 황제펭귄은 도도새처럼 동화 속 새가 될지도 모르죠. 그런 생각을 하면 매우 안타까워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 선임연구원 제공)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 이 선임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