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일본, 최악의 선택 하면 안 돼”

  • 채석원 기자
  • 2019.01.25 15:06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 톤 골머리’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처리하지 못해 바다에 방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성 오염수가 발전소 안으로 계속 유입되는 등 방사성 오염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소한 다음 세기를 넘어서까지 견고한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는 동시에 오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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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지난해 10월17일 공중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왼쪽(남쪽)에 후쿠시마 원자로 1~4호기가 있고 오른쪽(북쪽)에 5~6호기가 자리한다. 서쪽과 남쪽에 자리한 후타바와 오쿠마 마을은 접근과 거주가 제한됐다. 사진 뒤쪽으로 푸른색 구조물처럼 보이는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944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후쿠시마 원전,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 톤 골머리> 그린피스 글 전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오염수 1백만 톤 이상을 처리하지 못해 바다에 방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방사성 오염수가 발전소 안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어 후쿠시마 원전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위기'에 직면했다. 도쿄전력(TEPCO)은 지난 5년간 수조에 보관한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해 방사능 수위를 낮춘 뒤 바다에 방출하려는 작업에 몰두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 산하 관련 기구들이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 권고를 받아들여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후쿠시마 주변 어업 피해는 물론 최악의 해양 오염까지 우려된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 8주년을 앞두고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의 실태를 조사한뒤 지난 1월 22일 보고서 <도쿄전력의 방사성 오염수 위기(TEPCO Water Crisis)>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1~4호기)에 보관된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 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방사성 오염수는 매주 2천~4천 톤씩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 산하의 삼중수소수(三重水素水) 태스크포스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 트리튬이 담긴 오염수를 해양 방출할 것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으며 일본 원자력감독기구(NRA)도 오염수 방출 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는 또 2016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34억엔(3천만 달러)이 소요되고, 7년4개월이 걸린다"며 "정부와 함께 검토 중인 5개 방안 중 해양 방출이 가장 값싸고 빠른 방법이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반면 다수의 원자력 업체들이 제안한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은 최소 20억~200억 달러, 최대 500억~18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어 일본 정부로부터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 제거 기술을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태평양 해양생태계 및 지역사회 보호 대신 단기적 비용 절감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유엔 국제해사기구와 함께 오염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지역 사회와 연대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계획을 반대해 왔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지난 8년간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유입으로 인해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탓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래 원전에는 방사성에 오염된 지하수가 하루 최대 130톤씩 유입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하 배수로를 뚫거나 지하수를 뽑아냈지만 원자로 시설로 흘러드는 지하수 양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태풍까지 들이닥치면 지하수 유입량은 더 늘어난다.

도쿄전력은 2014년부터 원자로 둘레에 빙벽(ice wall)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방어벽을 6년간 운영하면서 원자로 건물에서 오염수를 빼내거나 정화 처리하고 건물 방수 작업을 끝낼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이었다. 도쿄전력은 이 조처로 2020년 다이치 원전 건물에 지하수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고준위 오염수의 방사성 수위를 낮춘다는 초기 작업부터 실패를 거듭하면서 전체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그린피스 조사 결과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당초 △지하수 유입량을 줄이고 △고준위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처리한 물을 태평양으로 방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결국 도쿄전력은 지난해 9월 ALPS 시스템 등 오염수 처리 방식을 적용해 해양으로 배출하는 오염수의 방사성 수준을 규제 허용치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스트론튬 등 방사성 오염수 80만 톤 이상을 1000개 저장탱크에 분산 보관하고 있고 지난해 9월28일 이를 발표했다. 보관 중인 오염수는 해양 배출 허용 안전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도쿄전력 발표에 따르면, 정화 처리한 오염수 6만5천 톤에는 안전기준의 100배에 이르는 스트론튬 90 성분이 포함됐다. 일부 저수조에서는 오염 수준이 안전기준의 2만 배에 이르기도 했다.

오염수 정화에 실패한 탓에 일본은 1백만 톤 넘는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흘러 보내는 계획을 중단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려는 계획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당초 오염수 방사성 수위를 낮춘 뒤 바다에 배출하는 방법을 지지한 바있다. 숀 버니 수석 원전 전문가는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 기술이 효과가 없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며 "실제 오염 수준을 공개하면 도쿄전력과 일본 경제산업성(METI)의 의도, 즉 오염수를 태평양에 흘려보내려는 계획은 좌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3기가 붕괴되면서 일본과 태평양 수천 ㎢ 지역이 오염됐다. 후쿠시마 시민 16만5천 명이 소개됐고 수만 명이 여전히 고향을 잃은 이재민 처지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와 후쿠시마 지역사회는 오염수 처리 관련해 앞으로 내려질 결정에서 후쿠시마 태평양 연안 지역사회와 어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키 테츠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면 이 지역 어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현실은 이 위기를 해결할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며,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최악의 선택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소한 다음 세기를 넘어서까지 견고한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는 것과 오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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