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약혼녀가 촉발한 '원숭이 착취' 코코넛 불매운동

  • 임병선 기자
  • 2020.07.06 11:10
줄에 묶여 코코넛을 따는 태국 원숭이 (사진 flickr)/뉴스펭귄

야생 원숭이를 포획해 훈련시켜 코코넛을 따도록 하는 것은 인간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다. 돌고래를 훈련시켜 돌고래쇼를 보여주고 돈을 버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의 약혼녀 캐리 시몬스(Carrie Symonds)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이렇게 상품화한 코코넛은 사지 말자는 캠페인이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코코넛 생산지로 지목된 태국 정부는 화들짝 놀라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태국 현지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학대 의혹'을 부인하지만 파장이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에서 전개되는 태국산 코코넛 불매운동에 놀란 태국 상무부장관은 직접 해당 농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6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태국 상무부장관은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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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동물권보호단체인 페타 아시아(PETA Asia)에 따르면 태국에서 코코넛 수확은 주로 원숭이에 의해 이뤄진다. 높은 나무에 달린 위에 코코넛을 따기 위해 원숭이를 이용하는 것. 

(사진 flickr)/뉴스펭귄

이 단체는 코코넛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원숭이를 포획해 훈련을 시킨 뒤 하루에 1000개 이상 코코넛을 따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큰 코코넛은 원숭이 몸만큼이나 무겁다고 한다.  

원숭이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는 원숭이는 이빨을 뽑는 등 야만적 물리력을 쓰기도 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물론 원숭이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목에 밧줄을 묶었다. 

태국 코코넛 농장에서 원숭이 학대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지난 3일 캐리 시몬스가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린 직후 확산했다. 그녀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원숭이 착취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호응해 영국의 대형 유통체인인 웨이트로즈(Waitrose), 코옵(Co-op), 오카도(Ocado), 부츠(Boots) 등은 원숭이를 이용한 상품을 판매 중지한다고 최근 밝혔다.

웨이트로즈는 성명문을 내 “영국 동물복지 정책에 의거, 원숭이 노동으로 생산된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옵은 “윤리적인 유통사로서, 자사 제품에 원숭이 노동으로 생산된 재료 사용을 불허하겠다”고 말했다.

줄에 묶인 원숭이 (사진 flickr)/뉴스펭귄

원숭이 훈련소 관계자는 앞서 원숭이 학대 의혹이 나오자 원숭이 교육이 '인도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태국인이 사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사람이 직접 올라 코코넛을 따는 것은 위험하지만, 원숭이는 선천적인 코코넛 수확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이념의 확산 추세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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