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양포유류 보호, 세계 흐름에 크게 뒤처져"

  • 임병선 기자
  • 2020.07.03 14:43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벨루가 학대 의혹을 받는 거제씨월드에 대한 항의가 거세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한국 해양포유류 보호 정책이 세계 흐름에 크게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등 10개 시민단체는 경남 거제시 거제시청 앞에서 3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수산부와 거제시가 거제씨월드 벨루가 학대를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단체 측은 "한국의 해양포유류 보호는 세계 흐름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 캐나다, 인도 등에서는 이미 돌고래를 중심으로 고래류 감금 또는 전시, 퍼포먼스를 금지하는 등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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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린 개체들을 무리에서 분리해 포획하는 것은 벨루가 야생 개체군 유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벨루가 전시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수족관 안에서의 고래류 번식과 추가 반입을 명확히 금지해 고래의 수족관 사육과 전시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앞서 핫핑크돌핀스와 카라는 이날 오전 거제씨월드 입구에서 해양동물 쇼, 벨루가 탑승 프로그램, 일반인 접촉 프로그램 등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거제씨월드는 학대 의혹에도 불구, 돌고래와 벨루가 탑승 프로그램과 고래류 등에 올라타는 돌고래 쇼를 지속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이들 시민단체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거제씨월드의 동물학대 체험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VIP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벨루가를 마치 서핑보드처럼 등에 타고 사진을 찍는 도구로 사용하며 혹사하는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동물학대이며 생명을 착취하는 행위다. 이에 거제씨월드의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6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거제씨월드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으며, 오늘 7월 3일 거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반생명적 착취 업체에 대한 폐쇄를 재차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행동은 이 동물학대 행위가 멈추는 그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벨루가는 수온과 먹이활동에 맞춰 이주하며 최대 수심 700미터까지 잠수하는 습성이 있어, 수심4-6미터에 불과한 거제씨월드의 수조는 크기, 모양, 깊이, 소음 등 모든 측면에서 고래가 살아갈 수 있는 서식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거제씨월드는 2015년 개장한 이래로 돌고래 9마리가 폐사해 ‘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최악의 동물전시 시설이기도 하다. 공연장 내 소음은 현장 조사 당시 80dB로 소음진동관리법 상 정하는 기준을 모두 초과하는 수준이다. 장기간 소음 스트레스에 노출된 동물들의 건강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거제씨월드의 벨루가들은 관람객을 등에 태우는 것뿐 아니라 입 맞추기, 먹이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동원되면서 인위적인 행동을 강요당하며 동물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끊임없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람객에게 노출되고 원치 않는 접촉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야생동물인 벨루가가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모든 동물에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질병 감염에 더욱 취약하게 하는 동시에 병원체의 배출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원인이 된다.

관람객이 벨루가와 같은 수조에 들어가 만지고 올라타는 등의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은 해양포유류가 보유한 인수공통질병 질병에 감염될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해양포유류는 결핵, 렙토스피라증, 브루셀라증 등 인수공통질병 병원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수족관 종사자가 감염되는 사례가 잦음은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코로나 19의 원인이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되었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전국에서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만지고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거제씨월드 같은 ’체험’시설이야말로 공중보건상 가장 위험한 시설이다.

또한, “벨루가 스윙” 등 돌고래, 벨루가와 함께 수영하는 체험은 사람 상해사고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이는 거제씨월드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돌고래를 만지며 사진 찍도록 허용하는 “키스 허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어린이는 돌고래를 만지기 싫어 촬영 시간이 장시간 지체되는데, 이때 돌고래는 불편한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이처럼, 거제씨월드의 모든 공연과 프로그램은 생물다양성의 보존과는 상관없이, 오직 관람객의 오락을 위한 영리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다. 아이들은 오히려 거제씨월드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이 아닌 인간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비천한 존재로 동물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해양포유류 보호는 세계 흐름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 사우스캐롤리나, 하와이 등), 캐나다, 인도,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그리스, 슬로베니아, 헝가리, 스위스, 칠레,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돌고래를 중심으로 고래류의 감금 또는 전시, 퍼포먼스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관심필요종으로 지정한 벨루가는 보호를 위해 국제적인 공조가 특히 절실한 종이다. 거제씨월드가 수입해 사육하고 있는 벨루가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야생에서 포획된 개체들로, 어린 개체들을 무리에서 분리해 포획하는 것은 벨루가의 야생 개체군 유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비인도적인 행위다.

더 이상 고래가 죽어 나가는 비극을 막기 위해 동물학대시설인 거제씨월드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수족관 안에서의 고래류 번식과 추가 반입을 명확히 금지해 고래의 수족관 사육과 전시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거제시청 또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 행정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거제씨월드는 거제시의 수치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반생명적 동물학대 수족관이다.

우리 시민사회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동물학대 일삼는 거제씨월드는 당장 폐쇄하고, 보유 동물에 대한 안전한 보호 및 방류 대책을 마련하라.

-정부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인수공통전염병 감염위험을 높이는 동물체험을 즉각 금지하라.

-정부는 사라져가는 해양포유류동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관련된 모든 종류의 수입 및 전시를 금지하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라.

-거제시청은 거제시의 명예를 걸고 거제씨월드의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하라

2020년 7월 3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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