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씨월드 폐쇄 촉구 기자회견, 10개 단체 요구사항

  • 임병선 기자
  • 2020.06.26 15:42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10개 시민단체가 광화문에 모여 벨루가와 돌고래 학대 의혹을 받은 거제씨월드 폐쇄를 요구하고, 정부에는 관련 동물보호법 마련을 촉구했다.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26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제씨월드 폐쇄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에게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고 기존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해 동물학대를 방지할 것을 요구했다.

횡단보도 사이에 위치한 기자회견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바쁜 걸음에도 현장에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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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에 위치한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 또는 벨루가 등에 타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네티즌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거제씨월드 폐쇄를 요구한 지난 18일자 공개청원에 26일 오후 2시 30분 기준 3만 90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업체 측은 벨루가와 돌고래 탑승 프로그램이 학대행위가 아니라며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 중이다. 또 여러 언론이 접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는 해양수산부와 거제시에 거제씨월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지만 당국은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발을 뺐다.

기자회견에 앞서 각 단체는 거제씨월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거제씨월드와 정부에 야만적 동물학대와 돌고래쇼 중단, 학대 시설 폐쇄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는 “거제씨월드는 거제시에 거액 관광수익을 벌어다 주겠다며 무상 제공받은 넓은 땅에 세워졌다”며 “동물을 학대해 가며 운영했지만 몇 년간 적자만 났고, 이제 학대 시설을 폐쇄해 그 땅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한민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는 “거제씨월드에서 자행하는 동물학대 행위는 이 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중단 말고 시설 자체 폐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가 나는 등 사람 눈에 드러나는 상해가 아니라면 학대를 인정할 법조차 없다”며 “관리감독을 맡은 해양수산부, 거제시청이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해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민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단돈 20만 원에 국제보호종을 오락도구처럼 돈벌이로 이용하는 행태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씨월드는 개장 이래 돌고래 6마리가 폐사했다”며 “현재 거제씨월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언제 죽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수족관은 고래에게 감옥이다. 쇼가 끝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 돌고래들은 정형행동을 보인다”며 돌고래 쇼 중단을 위해 수족관이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현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벨루가는 5000km의 넓은 활동반경을 자랑한다. 반경 20m, 깊이 3m~4m에 불과한 수족관에 사는 것은 벨루가에게 감옥 생활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벨루가는 주로 수온 0도 이하에서 활동하고 최대 13~14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데, 더운 지역인 거제도에 위치한 수족관에서 수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거제시청과 해양수산부가 관련 법을 만들어 해양포유류동물을 보호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청원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도록 앞으로 노력하고, 동물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10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발표한 기자회견문이다.

"동물학대 시설, 거제씨월드 폐쇄하라"

거제씨월드의 동물학대 체험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VIP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벨루가를 마치 서핑보드처럼 등에 타고 사진을 찍는 도구로 사용하며 혹사하는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거제씨월드의 벨루가들은 관람객을 등에 태우는 것뿐 아니라 입 맞추기, 먹이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동원되면서 인위적인 행동을 강요당하며 동물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끊임없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람객에게 노출되고 원치 않는 접촉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야생동물인 벨루가가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모든 동물에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질병 감염에 더욱 취약하게 하는 동시에 병원체의 배출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원인이 된다

관람객이 벨루가와 같은 수조에 들어가 만지고 올라타는 등의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은 해양포유류가 보유한 인수공통질병 질병에 감염될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해양포유류는 결핵, 렙토스피라증, 브루셀라증 등 인수공통질병 병원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수족관 종사자가 감염되는 사례가 잦음은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코로나 19의 원인이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되었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전국에서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만지고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거제씨월드 같은 ’체험’시설이야말로 공중보건상 가장 위험한 시설이다

더 이상 고래가 죽어 나가는 비극을 막기 위해 동물학대시설인 거제씨월드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수족관 안에서의 고래류 번식과 추가 반입을 명확히 금지해 고래의 수족관 사육과 전시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동물학대 일삼는 거제씨월드는 당장 폐쇄하고, 보유 동물에 대한 안전한 보호 및 방류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정부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인수공통전염병 감염 위험을 높이는 동물 체험을 즉각 금지하라.

하나. 정부는 사라져가는 해양포유류동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관련된 모든 종류의 수입 및 전시를 금지하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라.

2020년 6월 26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동물을위한행동,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이상 총 10개)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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