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춘기 반달가슴곰의 파란만장 방랑생활

  • 임병선 기자
  • 2020.06.24 15:53
방황하는 주인공 KM-53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어린 나이에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의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충북 영동군 화신2리에 위치한 한 양봉농가에 반달가슴곰이 침입해 길가에 놓인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숴 꿀을 섭취했다. 해당 곰은 ‘교통사고 당한 반달가슴곰’으로 유명한 KM-53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이 반달가슴곰은 지난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 개체다. 국립공원공단이 종복원사업을 통해 방사했으며 식별을 위해 KM-53라는 명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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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53은 아직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로 지내고 있다.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15km 이내에 머무르는 데 반해 KM-53은 이전부터 다른 곳으로 여러 번 이주를 시도했다.

첫 이주는 2017년 6월에 이뤄졌다. 당시 KM-53은 지리산에서 약 9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수도산에서 이 곰을 포획해 지리산으로 데려다 놓았는데, 방사 일주일 만에 다시 수도산에 나타났고 포획돼 지리산으로 옮겨졌다.

그 후 다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KM-53은 이동 중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에 치였다.

교통사고 후 포획돼 들것에 실려가는 KM-53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국립공원공단은 교통사고 후에도 계속 이동하던 KM-53을 구조했다. 공단 측은 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복합골절상을 당한 KM-53을 치료한 뒤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수도산에 2018년 8월 방사했다.

교통사고 골절 치료 후 수도산으로 뛰쳐나가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하지만 KM-53은 수도산도 제 집으로 삼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수도산에서 약 90km 떨어진 경북 구미 금오산 일대에서 발견됐다. 이번에는 금오산에서 30km가량 떨어진 영동군에서 포착됐다.

KM-53 이동경로 (사진 구글맵 캡처)/뉴스펭귄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은 KM-53 교통사고 사건을 접하고 너무 일찍 부모와 떨어진 것이 방황 원인일 수 있음을 한겨레에 시사했다. 설명에 따르면 자연 상태 곰은 2~3살에 어미에게서 독립하는데 KM-53는 생후 9개월에 지리산에 방사됐다.

어린 반달가슴곰 이미지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노 전 원장은 방사 당시 어린 수컷이었던 KM-53이 암컷과 짝을 이뤄 정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곰과 같은 영역동물은 힘이 강할 경우 다른 개체와 싸워 자기 영역을 차지하거나 누구도 차지하지 않은 땅이 나올 때까지 이동해야 한다며 “어린 개체라면 힘이 약해 발붙이지 못하고 더 멀리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설명대로라면 어릴 때 형성된 방황하는 성격이나 성향이 현재까지 이어져 KM-53을 ‘떠돌이 곰’으로 살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KM-53이 암컷을 찾아 이동하기 위해서, 혹은 지금까지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모두 살기엔 지리산이 좁아서 방황하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암컷은 지리산 인근에 훨씬 많고,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리산은 현재까지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모두 머무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하 반달가슴곰 이미지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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