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동거중②] 토끼는 '당근'만 먹고 살지 않아요

  • 이순지 기자
  • 2020.06.22 07:50

귀여운 토끼의 티모시 사랑

토끼는 정말 당근을 좋아할까요? 당근만 먹고 살까요? 제가 함께 살아보니 토끼는 생각보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토끼에게 당근만 먹고 지내라고 말하면 두 앞니로 저를 꽉 물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은 토끼와 당근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토끼 햇살이가 사료를 달라고 보채고 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부스럭부스럭. 매일 아침이면 저와 함께 사는 토끼 햇살이는 침대 위에 올라와 제 주변을 맴돌아요. 제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댄 채 말이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면 귀여운 토끼 입이 제 눈에 들어온답니다. 햇살이는 자신이 언제 잠을 깨웠냐는 듯 태연하게 저를 바라봐요. 햇살이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제 주위를 또 괴롭히듯 빙글빙글 돈답니다. 그러다 정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면 앞발로 이불을 거세게 긁기 시작해요. 그러면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요.

그리곤 손을 침대 옆 서랍 쪽으로 뻗어 사료를 줄 준비를 합니다. 햇살이는 번개처럼 뛰어와서 서랍 앞에 자리를 잡아요. 사료를 조금 손에 쥐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뒷발을 땅에 딛고 앞발을 세운채로 서랍 속으로 머리를 쏙 넣기 시작한답니다. 저는 햇살이를 살짝 밀어내고 사료를 주기 시작해요. 햇살이는 숨도 쉬지 않고 사료를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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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료라는 것이 토끼가 좋아하는 풀들이 혼합된 것인데 토끼들에게는 간식과 같은 개념이랍니다. 토끼는 보통 '티모시'라는 풀을 먹고살아요. 티모시는 토끼에게 꼭 필요한 풀이랍니다. 토끼는 이빨이 평생 자란답니다. 풀을 먹어서 이를 가지런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위나 장도 약하기 때문에 이 풀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사료나 영양제 등으로 챙겨 준답니다.

당근을 마다하고 몸치장에 나선 햇살이(사진 이순지)/뉴스펭귄

그렇다면 당근은 언제 먹을까요? 제가 토끼 집사로 살아보니 토끼들은 생각보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토끼가 당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우리는 그 이미지에 홀딱 속은 거랍니다. 그냥 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가 손에 담배를 든 것을 보고 그걸 당근으로 교체했다고 해요. 당근은 사실 토끼에게 좋은 간식도 아니랍니다. 당분이 많아서 많이 먹으면 이를 상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토끼들은 당근보다도 딸기나 사과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래는 당근과 사과를 잔뜩 선물 받은 햇살이의 사진이랍니다. 햇살이는 당근보다는 자신의 몸치장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당근과 사과를 주고 싶다면 한 달에 한번 정도가 적당하답니다. 사실 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먹을 때 행복한 표정을 짓기 때문에 아주 가끔은 줘도 괜찮아요. 

토끼를 키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 국내에는 토끼 관련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영어로 된 사이트들을 공부해야 할 때가 많아요. 토끼를 키우고 싶다면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것들을 꼭 공부해야 합니다. 무조건 좋아한다고 전부 줬다가는 토끼가 나이가 들어 치아 질환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어요. 토끼를 사랑한다면 '당근'은 잠시 접어두세요.

"맛있는 간.식.주.세.요."(사진 이순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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